영화명: <유브 갓 메일>
관람자: 한승수 국무총리
지난 2월11일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용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며, 경찰청 홍보담당관쪽으로 어떤 ‘문건’을 보냈다고 폭로했다. 이에 한승수 국무총리는 “무슨 메일이 갔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여기서 꼬리가 잡혔다. ‘문건’이라고만 했는데 구체적으로 ‘메일’이라 지칭한 것이 그 이유. 한 총리는 청와대에서 보낸 지침의 내용과 ‘형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경찰청에 발송했던 이메일 공문이 실제로 발견되자, 한 총리의 기막힌 명언이 이어졌다. “제가 영어를 좀 합니다. 외국에서는 메일이라고 그러면 편지를 얘기합니다.”
에른스트 루비치의 1940년작 <길모퉁이 가게>에서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는 뒤늦게 서로가 은근히 사랑을 느끼던 펜팔 상대방임을 깨닫는다. 이것이 1990년대 말 <유브 갓 메일>로 리메이크됐을 때 어떻게 달라졌을까?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던 사업 경쟁자들은, 서로가 인터넷 채팅방에서 만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정 이상의 사랑을 느끼게 됐던 이임을 알게 된다. 1940년대에야 ‘메일’이 우편물일 수 있었다. 펜팔이라는 고색창연한 단어를 얼마 만에 보는지.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 ‘메일’은 보편적으로 ‘이메일’을 뜻한다는 걸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하물며 2009년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