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두 세대 <도쿄 랑데부>
2009-05-03
글 : 김성훈

<도쿄 랑데부> Tokyo Rendezvous 감독 이케다 치히로
일본|2008년|104분|35mm|칼라|국제경쟁부문

최근 일본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아버지의 부재’다. 가정의 부재로 인해 아이들이 혼자 자란다거나(<새드 배케이션>), 작은 균열이 어떻게 가족을 한 순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지(<도쿄 소나타>)와 같은 소재를 다루어왔다. 여성감독 이케다 치히로의 데뷔작 <도쿄 랑데부> 역시 그런 경향들에 편승하는 듯하면서도, 반면 현실을 그려내는 시선은 긍정적이다.

노가미(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은행 빚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팔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요지부동. 둘의 갈등이 깊어갈 쯤, 직장을 그만두고 갈 곳 없는 미사키(카세 료)와 역시 마땅히 하는 일없이 선을 보러 다니는 료코(카가와 쿄코)가 이 아파트에 들어와 살게 된다. 그리고 세 명의 젊은이들은 우연히 어느 방에서 할아버지와 그를 보살피는 후지코간의 사연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노가미는 이 아파트가 단순한 건물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옛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으로 이어지고, 이를 계기로 두 세대는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기 시작한다.

판타지라고, 혹은 무책임한 결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 일본영화의 정치적인 경향들을 감안한다면 <도쿄 랑데부>의 선택은 나름 신선하다. 또한 이렇게 느껴지는 데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쌓아가는 배우들 덕분이기도 하다. <메종 드 히미코>의 니시지마 히데토시부터 <구구는 고양이다>의 카가와 쿄코, 이미 국내에 많은 팬 층을 확보한 카세 료까지. 세 배우가 빚어내는 연기 앙상블은 보는 재미가 꽤 솔솔 하다.

연기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인물의 행동보다 한 템포 느린 촬영인데, 이것은 사라질 위험에 있는 옛 공간을 강조하면서 서사를 풍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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