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문희라] 뒤통수 맞는 것쯤이야…
2009-06-12
글 : 문석
사진 : 최성열
<마더>의 문희라

문희라가 봉준호 감독과 작업을 함께한 것은 <마더>가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괴물>에 등장했던 것을 두고 ‘출연’이라고까지 부르긴 어렵다. 박강두(송강호)를 비롯한 시민들이 한강 둔치에서 괴물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문희라는 카메라폰으로 괴물을 찍는 ‘폰카남’ 옆에 있는 ‘폰카녀’ 역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 평범한 중3이던 그녀가 단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것조차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 덕분이다. 당시 예고 진학을 위해 연기학원에 다니던 그녀는 <괴물>의 현서 역을 찾던 조감독의 눈에 띄었고, 결국 고아성과 함께 최종 후보 2인에 올랐다. 인연은 <마더>로 이어졌다. 아정 역 오디션을 앞두고 봉 감독은 연출부에게 “그때 아성이와 겨루던 아이에게 연락해보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참여한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문희라는 이 역할을 갖게 됐다.

기쁨도 잠시, 긴장이 몰려왔다. 당시 국악예고 음악연극과 3학년이던 그녀는 연기 경력이라곤 전무한 ‘생짜’ 신인이었다. “촬영 때도 긴장했지만 김혜자 선생님, 진구 오빠 같은 대선배님들과 리딩을 할 때는 너무 떨렸어요.” 그러나 <괴물> 오디션 이후 영화와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던 열아홉 소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즐기면서 하자”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코피 흘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 코에 피솜을 넣고 열몇번의 테이크를 소화했던 것이나 묵직한 스펀지로 만든 돌로 뒤통수를 8번씩 얻어맞는 것쯤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첫 영화를 갖게 된 소녀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것 같은 일이 너무 많다.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나쁜 역도 맡고 싶고.” 물론 문희라는 스스로가 고작 출발선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우선 오디션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아요.” 할머니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쌀떡소녀’가 돼야 했던 <마더> 속 아정이의 우울한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유난히 앳된 스무살 소녀의 환한 미소가 스튜디오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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