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 인터뷰] 제가 잘 생겨서 미치겠어요?
2009-06-24
글 : 김도훈
<보이 A>의 잭

-왜 보이 A라고 불리나요?
=그건 범죄자의 신변 보호용으로 부르는 이름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보이 B와 보이 C도 있나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보이 A일 따름이죠. 누구나 그렇게 불려요. 제 또래의 아이들은요.

-신상 정보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땅이 꺼지는 것 같았어요. 저 나름대로는 새롭게 인생을 출발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이젠 정말로 불가능해졌으니까요.

-친구들도 떠났죠?
=네. 이젠 누구도 저와 가깝게 지내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원망스러워요?
=네, 원망스러워요. 저는 이미 갱생했어요. 예전의 잘못을 잊고 새롭게 태어났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과거의 실수로만 저를 단정지으려고 하니까요.

-그건 실수가 아니었죠. 잭, 그건 살인이었어요. 살인은 실수가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만 전 어렸는걸요.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전 겨우 10살이었어요.

-10살은 어린 나이가 아니에요, 잭. 당신은 친구 필립과 함께 동급생인 소녀를 죽였어요. 무참하게 살해했어요.
=그러나 전… 저도 모르게 필립이 하는 일에 끌려들어….

-잭, 필립은 자살했어요. 감옥에서 목숨을 끊었어요.
=저도 그랬어야 하는 걸까요.

-당신은 살아남았잖아요. 지금 와서 그런 가정은 할 필요도 없어요. 중요한 건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거죠.
=전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열살 이후로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이 감옥에서 자랐어요. 세상은 책과 TV로 배웠을 뿐이에요. 전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하지만 모두가 제 신원을,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일을 아는 세상에서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잭, 그건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어요. 잔혹한 범죄자의 신원 보호에 관련된 문제는 아직도 정확한 답이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당신의 친구가 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에게 완벽하게 마음을 열 수 있을지는 겪어보기 전엔 잘 모르겠어요.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주는 게 온당하냐 아니냐. 그들도 인간이니 사생활은 지켜주는 게 온당하냐 아니냐. 논쟁은 계속될 겁니다. 이런 문제에 부딪히는 순간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은 따로 움직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인간이란 존재는 완벽하게 정치적으로 공정한 로봇이 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그럼… 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래도 살라는 겁니다. 이왕 살기로 마음먹었으면 살아가세요. 숨기면서 초초하게 살지 말아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거예요. 과거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는 수밖에. 아마도 불가능할 거예요. 그래도 해봐야죠.
=냉정하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왜 얼굴은 인자하신 거죠?

-저도 그것 때문에 아주 미치겠어요. 그거야 당신이 너무 미남자여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솔직히 그게 제일 불만입니다. 왜 감독은 미성년 살인범 주인공을 굳이 앤드루 가필드 같은 꽃미남에게 맡겼느냐는 거지. 캐스팅 때문에 <보이 A>라는 영화가 더 편협해 보인다니까.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는 이미 범죄자 인권 옹호하는 내 목소리에 반해 있다. 이런 심보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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