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미묘하군요, 당신의 취향
2009-08-04
글 : 주성철
사진 : 오계옥
코닥 단편 지원작, 이우정 감독의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현장

“또 원위치예요?” “언제 끝나요?” “왜 카메라 보면 안돼요?” 정말 정신없다. 어디서나 볼 법한 왁자지껄한 초등학교 교실 그대로다. 지난 7월26일 경수초등학교에서 단편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의 교실 수업 장면이 촬영됐다. 테이크를 10번 가도 매번 똑같은 에너지로 촬영하는 장난기 많고 힘 넘치는 ‘꼬마’ 배우들이라 현장은 거의 전쟁터다. 무엇보다 카메라가 돌아가건 아니건 간에 현장 자체가 시끄럽다. “보조출연 회사를 통해서는 한둘도 아닌 아역배우 섭외가 힘들더라고요. 어머니 비용도 따로 줘야 하고. 그래서 ‘현장체험학습’이란 가정통신문을 돌리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꼬여서’ 직접 다 섭외한 아이들이에요.” 그러니까 연기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연기 지망생도 절대 아닌 그냥 초등학교 아이들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이우정 감독의 고충을 알고도 남겠다.

유성엽의 <낮잠>, 김재원의 <닿을 수 없는 곳>과 더불어 올해 ‘코닥 단편 제작 지원프로그램’의 당선작인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다은’과 ‘유은’ 자매의 서로 다른 이야기다. 초등학교 선생인 다은(최희진)은 반 아이들 중 아영(박민영)에게 묘하게 끌린다. <로리타>스러운 상황을 떠올릴 것까지는 없고 이우정 감독이 말하길 “딱히 뭐라 규정할 수 없지만 살면서 불현듯 느끼는 미묘하게 야한” 그런 순간들이다.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2007)에서 스크립터로 일하고 단편 <송한나>(2008)로 이름을 알린 이우정 감독은 그런 엉뚱하고 귀여운 감성, 심리적으로 미묘한 감정의 디테일들로 은근히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첫 번째 필름 작업이기에 그런 흥미로운 정서가 필름의 질감에 어떻게 새겨질지 무척 궁금하다. 롤 체인지 시점을 맞추는 것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코닥으로부터 지원받은 필름도 이미 다 쓴 상태지만 의욕만큼은 처음 그대로다. 가까운 듯 먼 두 자매의 서로 다른 이별 이야기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는 곧 촬영을 마무리 짓고 올해 여러 영화제들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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