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페이크’인데 ‘리얼’하네~
2009-09-08
글 : 김용언
사진 : 이혜정
문승욱 감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시티 오브 크레인> 촬영현장

한국사람보다도 더 한국사람 같은 외국인, 그리고 해외를 오랫동안 들락날락하다보니 이제는 외국인 같은 무시무시한(!) 친화력을 가지게 된 한국인. <반두비>로 익숙한 마붑 알엄과 신인배우 유예진이 연기하는 두 사람은 과연 어떤 식으로 우정을 쌓아가게 될까. 8월25일, 서울 천호동에 위치한 몽골 식당 BRS에서 촬영한 <시티 오브 크레인> 현장을 지켜본 바로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로망스> 이후 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선 문승욱 감독은 “오케이, 굿, 굿” 하며 계속 싱글싱글 웃었지만, 시나리오도 읽지 못한 채 현장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옥신각신을 보는 기자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대략적인 상황만 정해놓은 채 배우들에게 자유롭게 그 상황을 이끌어가도록 맡기는 문승욱 감독의 연출 방식이자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시티 오브 크레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배우들이 화를 내거나 짜증 부리는 모습은, 어느 정도 자연인으로서의 그들을 노출시키는 일이었다. 그만큼 리얼했다.

이야기인즉 이렇다. 인천의 케이블방송 리포터 예진은 신비로운 몽골인 바타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한다. 그녀는 이주 노동자 출신 배우 겸 다큐멘터리 감독, 이주노동자영화제 집행위원 마붑 알엄을 공동진행자로 끌어들여 작품의 이름값을 높여보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바타르 본인이 사라져버리고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천 곳곳의 바타르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고단한 행로가 이어진다. 그리고 24일 현장은 하필이면 둘의 성격 차이가 비교적 날카롭게 불거져나오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문승욱 감독은 한 장면 찍을 때마다 “이 장면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내가 컷할 때까지 배우들은 계속 말을 해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프로페셔널 배우가 아닌 이들에게 가혹한 촬영이 아닐까 싶어 지레 걱정이 됐다. 그러나 웬걸, 영화에 출연하는 BRS 식당 주인과 그의 친구들은 ‘슛’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능청맞게 평소 놀던 대로 수다를 늘어놓는다. 예진과 마붑 알업 역시 그들의 수다에 장단을 맞추며 예정에 없던 대화를 이어나가고,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체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게 된다. 촬영현장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반두비>나 <처음 만난 사람들> 등에서 보이는 이주 노동자의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다. 좀 잘난 척하기도 하고, 한국사회를 꽤 잘 아는 능숙한 외국인이라는 캐릭터가 재미있다. 나의 실제 배경에서 70, 80%는 그대로 가져와 연기하다보니 영화 속 마붑은 실제 마붑의 패러디 같기도 하다.”(마붑 알엄) “영문과 대학생, 아나운서 준비생, 싱가포르 항공사 스튜어디스, 리포터 등을 거치면서 계속 연극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문승욱 감독님이 내 이력을 듣더니 바로 캐스팅하는 걸 보면서, 지금까지 내 삶이 헛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유예진)

<시티 오브 크레인>은 <영화, 한국을 만나다>(가제) 프로젝트 중 ‘인천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주)디앤디미디이와 아리랑TV가 제작하는 이 프로젝트는, 서울과 인천, 부산, 춘천, 제주라는 도시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내용과 형식에 관계없이 최대의 자율권을 준다는 조건으로 진행 중이다. 도시마다 윤태용, 문승욱, 김성호, 전계수, 배창호 감독이 투입되었다. 9월 말 정도까지 다섯편의 영화 촬영이 모두 완료되고 나면 아리랑TV를 통해 방영되는 시기와 현재 추진 중인 극장 개봉의 시기 등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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