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조시 하트넷] 불쾌하게, 어둡게, 유령처럼...
2009-10-09
글 : 이화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배우 조시 하트넷

조시 하트넷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게스트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배우다. 그런데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그 흔한 수행원도 없이 성큼 인터뷰룸에 들어선 그가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바랜 진과 모직 셔츠의 편안한 차림새만큼이나 그는 첫마디부터 자신을 솔직하게 내려놓는다. “트란 안 훙 감독의 작품이라서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덤볐다”며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출연을 정의한다. 영화 속 조시는 자기혐오와 고통을 오가는 전직 형사 클라인을 연기한다. 대부호에게 의뢰받은 사라진 시타오(기무라 다쿠야)를 찾는 표피적인 임무 외에도 그는 범인에게 공감하고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철학적 내면을 완수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불쾌하고 어두운 연기였다. 일종의 유령같은 존재다.” LA, 홍콩, 필리핀을 오가는 1년 1년 반의 촬영기간, 명확한 규정 없는 현장에서 그는 감독과 상대 배우 이병헌과의 거리낌 없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 갔다. 그리고 이 생소한 도전이 그에게는 자극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이번 도전은 그가 상정한 배우 계획표대로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도전이다. <진주만>의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조시는 늘 정해진 길 이외의 다른 시도를 즐겼다. 블록버스터의 안온한 길 대신 다양한 장르를 거침없이 오가는 탓에 그는 늘 규정하기 힘든 영역 밖의 연기로 각인된다. “매 작품, 감독과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기존에 안 해 본 역할, 독특한 영화를 찾는다. 계획은 있지만 모험은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견지하는 배우로써의 삶은 녹록치 않다. 숨통을 틔우는 곳은 결국 배우 아닌 스타라는 짐을 배제하는 것이다. “스타로 내 캐릭터를 상품화하는데 관심 없다. 어떤 옷을 입느냐, 혹은 남들이 말하는 나의 소문 그런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같은 이벤트에도 수트 대신 캐주얼을 입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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