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그맨이자, 배우이고, 작가인데다 가수인 이타오 이츠지는 ‘엉뚱함의 제왕’으로 불린다. 생방송 중에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방송사고를 내는가 하면 상식에서 벗어나는 말과 행동은 부지기수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일으키는 사고들이 시청자에게는 웃음 포인트로 꽂힌다는 것이다. 방송시스템의 단정함을 웃음으로 무너뜨린 이타오 이츠지는 일본 방송에서 가장 많은 자유를 부여받은 개그맨일 것이다.
언제나 예상에서 비껴나길 즐겼던 그의 행보는 급기야 영화감독에까지 이르렀다. 첫 연출작인 <탈옥왕>은 제목 그대로 탈옥의 달인이 소재다. 직접 연기에 나선 이타오 이츠지는 특별한 표정과 대사 없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묘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일본 내에서 얼굴만 봐도 웃기는 개그맨으로 통하는 그만의 연기방식이다. 심지어 다른 감독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할 때도 태도는 일관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에서 주인공 히데오를 연기한 그는 “연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감독에게 연기 연출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없다.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대본에 없는 걸 말하기도 했고 행동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캐스팅제의를 거절한 적이 없다는 전설도 그래서 가능하다.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어차피 감독들이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하고 있을 것 아닌가.” (웃음) 매사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답변이 가관이다. “미래가 없으면 된다.” (웃음) 개그맨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난 목표가 없다. 계획도 싫어한다. 제의가 들어오면 영화를 찍었고 시를 쓰고 싶으면 시를 썼다. 특별히 잘하고 싶은 욕심이 없으니까….” 개그맨, 배우, 작가, 가수, 이제 감독인 이타오 이츠지의 다음 직함은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