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는 부산국제영화제와 극장가가 슬슬 겹치는 시점이다. <씨클로>로 각인된 영상시인 트란 안 훙의 신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직후 바로 극장을 찾는다.
‘쌍둥이의 한쪽’ 격인 영화들도 선보인다. <북극의 눈물>은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TV다큐멘터리의 신화를 스크린용으로 버전업했고, <퍼니게임>은 미카엘 하네케가 자신의 1997년작을 ‘영어’로 직접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원안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부산>은 부산이라는 특정한 얼굴의 공간에서 모진 삶을 겪는 세 남자 이야기고, <정승필 실종사건>은 멀티 캐릭터 드라마로 빚어낸 떠들썩한 소동극이다. <굿바이 초콜릿>은 오래간만에 제시카 알바의 화사한 매력이 빛나는 성장드라마다. 2009년 미국 여름 극장가를 휩쓸며 SF물의 신기한 변종으로 주목받은 <디스트릭트9>은 특집기사와 함께 읽으시길.
이주의 대사
“지금 북극에서는 자연과 생물이 맺어온 약속이 깨어지고 있습니다.”
<북극의 눈물> 내레이션 중에서2008년 TV 방영 당시 ‘명품 다큐멘터리’로 뜨겁게 호평받았던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이 극장으로 찾아왔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산산조각나 낙하하는 장면의 클로즈업만으로, 우리는 북극이 흘리는 잔인한 눈물의 실상을 목도할 수 있다. 북극곰에게 걸어다닐 수 있는 얼음을, 생존을 위해 사냥하는 북극 원주민 이누이트들에게 삶의 권리를, 순록에게는 불어난 강물에 빠져죽는 최후가 아니라 다시 한번 푸르른 풀밭 툰드라를 가로지를 수 있는 행복을 돌려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