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와 함께 간다> Come with the Rain
트란 안 훙/미국/2009년/110분/갈라 프레젠테이션
이병헌은 역시 또 멋지다. 최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창이’에 이어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의 ‘스톰 쉐도우’에 이르기까지 빛나는 간지를 자랑한 이병헌이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도 홍콩 삼합회의 보스 ‘수동포’로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검거한 이후 경찰을 그만두고 사립탐정일을 시작한 클라인(조시 하트넷)은 한 중국 재벌에게서 아들 시타오(기무라 다쿠야)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멩(여문락)의 도움으로 시타오를 찾던 그는, 마침 그때 수동포의 아내 릴리(트란 누 엔케)를 인질 삼아 달아나던 조직원과 교통사고가 난다. 우왕좌왕하던 사이 릴리는 시타오가 사는 곳까지 흘러들고, 클라인과 수동포 모두 시타오를 찾아 나서게 된다.
<히어로>에서도 만난 적 있던 이병헌과 기무라 다쿠야가 제대로 만났다. 기무라 다쿠야는 가난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예수 같은 존재다. 트란 안 훙 감독 특유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불빛이 꺼지지 않는 도시 홍콩을 무대로 한다. <씨클로>의 ‘Creep’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번에도 역시 거의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처럼 흘러가는 이 영화에서 흐느적대는 이병헌의 모습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