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로버트 패틴슨] “이별장면이 잘못 나오면 끝장”
2009-12-10
글 : 김도훈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 인터뷰

올해 칸영화제의 가장 뜨거운 스타는 안젤리나 졸리도 브래드 피트도 아니었다. <뉴문>과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을 홍보하러 온 로버트 패틴슨이었다(<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지난 10월 CGV 무비꼴라쥬 상영작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젊은 영국 배우를 향한 팬과 미디어의 열광은 지중해를 통째로 끓일 지경이었는데, 올해 칸영화제의 날씨가 예년보다 더웠다는 보도도 있긴 하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물론 없다. 10여분 남짓 주어진 단독 인터뷰를 위해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영화사 사무실로 갔더니 로버트 패틴슨이 불쑥 들어왔다. 이틀만 거닐어도 절로 선탠이 되는 지중해 해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얼굴을 보는 순간, 녹음기 대신 목을 들이밀 뻔했다.

-나 말고도 인터뷰할 기자들이 산처럼 모여서 기다리던데 정말 정신이 없겠다.
=엊그제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을 끝내고 날아온 거다. 이제 곧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이클립스>를 찍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또 뉴욕에 가서 로맨틱코미디 <리멤버 미>를 촬영해야 하고. 올해만 모두 세편을 찍는 셈이다.

-당신이 여기 도착하는 순간부터 현지 언론과 여성 팬이 난리가 났더라. <트와일라잇> 한편으로 생긴 어마어마한 팬덤을 도대체 어떻게 감내하고 사나.
=정말… 기이하다. (웃음) 처음에는 부담스러운 팬덤을 좀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 몇달간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겠는가. 그런 건 내가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도 이젠 뭐. 괜찮다. (웃음)

-<뉴문>의 원작을 보면 에드워드의 캐릭터가 <트와일라잇>보다 좀 한정적일 것 같던데, 물론 당신 인기 때문에 대본을 많이 바꾸었을 수도 있다는 예상은 하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다르지는 않다. <뉴문>에서 에드워드를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생각해뒀었다. 에드워드와 벨라의 관계를 한번 잘 생각해보라. 에드워드는 벨라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벨라를 보호하기 위해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그건 실수다. 관계를 파괴하는 짓이다. 어떤 결과를 감내하더라도 그녀와 함께 있었어야 옳다. 나는 그게 바로 <뉴문>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헤어지는 장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이 영화는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트와일라잇>을 봤을 때 느낀 건데, 종종 당신이 에드워드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를 좀 불편해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지나칠 정도로 이상화된 캐릭터니까 말이다.
=맞다. (웃음) 처음엔 여러 면에서 불편했다. 나는 에드워드라는 캐릭터에 대한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었고, 또 그를 보통 캐릭터처럼 인간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원작의 팬이 원하는 건 판타지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판타지적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그에 맞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나에겐 그런 게 없었다. 화면에 등장하자마자 (아주 느끼한 할리우드 발성을 흉내내며) “Yeah Baby~.” 그런 건 절대 못한다. (웃음) 게다가 <트와일라잇>은 캐릭터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영화라서 그런 불편함이 더 심했다. <뉴문>은 좀더 복잡다단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다. 왜냐하면 완벽한 에드워드가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하기가 훨씬 재미있고 수월했다.

-1, 2, 3편 계속해서 감독이 바뀐다. 어색하지 않나.
=글쎄, <뉴문>의 감독인 크리스 웨이츠는 모든 걸 자기 식대로 바꾸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는 1편과 정반대로 하겠어!’ 이런 건 절대 없었다. 물론 감독마다 다른 메소드를 사용하는 건 사실이다. 근데 각각의 감독이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와 영화에 접근하는 게 나는 흥미진진하다.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트와일라잇> 이전에 찍은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 살바도르 달리라니. 그런 아이콘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데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아주아주 저예산의 작고 작은 영화였다. 그래서 부담감이 없었다. 아니, 부담감이 아주 작았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부담감을 주고 싶었다. 달리를 흉내내는 데 그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달리에 대한 많은 자료를 읽고 공부하면서 그의 에너지를 뜯어내고 싶었다. 그리고 절대로 달리에게 불경을 저지르고 싶지도 않았고.

-이젠 할리우드에서 가장 투자 가치가 높은 배우 중 한명이 됐다.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 같은 인디영화를 또 할 수 있을까.
=인디와 스튜디오를 구별하지는 않는다. 주어지는 이야기에 내가 더할 것이 있는 영화라면 뭐든 선택한다. 자본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본이 가장 중요하니까.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뭘 할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위험하고 모험적인 영화에 뛰어드는 게 좋다.

-촬영이 없을 땐 뭘 하나. 사실 촬영이 없는 날이 거의 드물었겠지만.
=일거리를 따내려고 노력한다(Trying to get a job!). (웃음)

-그거야 당신 말고도 모두가 하는 일 아닌가. (웃음)
=나에게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고, 그걸 발전시켜나가고 싶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음악, 문학을 비롯한 많은 예술 분야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나의 관심사는 다 내 일과도 관계가 있다. 연기의 위대한 점은 수많은 예술 분야를 모두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거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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