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갓 앤 몬스터>의 브랜든 프레이저
2001-12-12
글 : 위정훈
이렇게 생긴 친구가 속깊은 청년이라고?

그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유쾌해진다. 원시인, 얼간이, 건실한 대학생, 때로 능청맞은 호색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얼굴에선 그런 표정들이 한꺼번에 풍겨난다. 훤칠한 체격, 호남형 얼굴,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사람좋은 미소가 그런 이미지를 빚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덕분에 <원시 틴에이저> <에어헤드> <조지 오브 정글> <미이라>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유독 코믹한 영화가 많다. 할리우드 데뷔작인 <원시 틴에이저>(1992)의 냉동 크로마뇽인은 브렌든 프레이저 아니면 누가 했을까 싶을 정도로 어울리는 역할이다. 텁수룩한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털만으로도 우리집 뒷마당에 갑자기 나타난 원시인으로 손색없을 그런 남자.

그의 특기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빚어내는 좌충우돌 코미디. 그 코믹함은 무명의 록밴드가 홧김에 방송사를 점령하고 벌이는 소동을 그린 <에어헤드>, 하버드생과 하버드대 도서관 지하에 사는 거지와의 우연한 만남과 엉뚱한 거래, 진한 우정을 그린 <하버드 졸업생>(With Honors, 1993) 등으로 이어진다. <조지 오브 정글>(1997)도 코믹한 이미지의 연장이다. 비행기 사고로 밀림에 떨어진 코끼리며 치타 등과 살아가다 문명의 여인 어슬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문명사회로 진입하는 밀림의 왕 조지는 나무랄 데 없는 ‘코믹한 타잔’이다. “나체가 되었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편하더라”고 능청스럽게 답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조지 오브 정글> 다음 작품인 <갓 앤 몬스터>(1998)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등 걸작 공포영화를 만든 감독 제임스 웨일의 말년을 그린 <갓 앤 몬스터>에서 브렌든 프레이저는 동성애자인 줄로만 알고 기피하던 ‘괴물’ 웨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차츰 그를 이해하는 건실한 청년 정원사 클레이튼을 연기한다. 쓸쓸한 저택에서 죽어가는 웨일을 지켜보며 물렁한 표정과 천진한 웃음을 거둬낸 브렌든 프레이저는 낯설지만 어색하진 않다. 그건 <스쿨 타이>(1992)에서 유대인을 차별하는 학교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재능있는 유대인 학생 데이비드나 <영거 앤 영거>(1993)에서 여자들과 놀기 바쁜 아버지 대신 창고업을 꾸려가려 발버둥치는 아들 윈스턴이 만들어놓은 건실한 청년 이미지의 연장선이기 때문일까.

99년 여름을 제패한 블록버스터 <미이라>의 성공은 ‘액션배우’ 브렌든 프레이저의 성공이기도 했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액션을 펼친 결과, <미이라>에 출연할 때 400만달러였던 그의 몸값은 다음 출연작 <일곱가지 유혹>에서는 1천만달러로 올랐다. <미이라2>에서는 다시 1250만달러로 뛰었다. 그의 다음 선택은 <본 콜렉터>의 감독 필립 노이스가 만드는 스릴러 <조용한 미국인>(The Quiet American). 1952년 베트남을 배경으로 노회한 신문기자 마이클 케인과 우정을 나누고 한 베트남 여인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순박한 노동자가 그의 몫이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지만 여행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를 따라 오타와에서 런던, 시애틀, 로마 등 여러 도시의 지붕 밑에서 유년기를 보내야 했던 브렌든 프레이저의 역마살(?)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조용한 미국인> 촬영차 베트남에서 호주의 시드니까지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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