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 인터뷰] <어웨이 위 고>의 메기 질렌홀
2010-02-10
글 : 김도훈
섹스할 때도 아이와 떨어질 순 없어

-헉. 인터뷰에 그러고 나오시면 어떡합니까.
=왜요?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모유수유가 좋은 일이긴 하지만 퍼블릭에서는 조금만 가리시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모유수유는 아름다운 거예요. 어머니라는 존재의 가장 아름다운 행위 중 하나라고요. 이걸 보면서 성적인 느낌을 받는 게 오히려 잘못된 거 아닌가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에요. 성적인 느낌을 가져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뭐랄까… 딱히 이유를 대긴 정치적으로 좀 불공정한 거 같지만, 왠지 좀 민망해서 뭐라고 하긴 했는데, 또 사실상 반대할 이유는 없어서 말이 좀 막히네요.
=고정관념을 깨세요. 모유수유는 노상방뇨가 아니랍니다.

-네, 그러고자 노력해보겠습니다. 모유수유협회 같은 데서 항의메일은 좀 안 왔으면 좋겠군요. 여하튼 영화엔 잠시 등장하긴 했지만 정말 잊을 수가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도 히피 부모가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전 그저 좀더 자유롭고 평화롭고 인간적인 유대로 가득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을 뿐이죠.

-그렇긴 한데 아이들과의 살가운 접촉을 막는다는 이유로 주인공 부부가 선물한 유모차를 당장 갖다버리라고 한 건 좀 너무했습니다. 사실 애들도 유모차에 타는 거 좀 좋아하거든요?
=아니. 그렇지 않아요. 우리 아이들은 유모차에 타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애들도 엄마인 저의 손에 들려서 산책하는 걸 더 좋아해요.

-애들 얼굴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더구먼….
=당신들이 내 아이들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요?

-아니, 솔직히 저도 좀 화나더라고요. 부모의 사랑은 숨기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애들과 함께한 침대에서 남편과 섹스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그거 애들한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지 몰라요. 어차피 사춘기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요.
=그게 왜 말이 안돼요? 사랑과 박애로 가득한 우리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간에 아무런 굴레도 없습니다. 우리집은 사랑으로 가득한 공간이에요.

-휴, 2008년작인 독일영화 <Die Welle>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자신을 관대하고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길러준 부모님을 향해 분노에 가득 차서 외칩니다. “전 부모님께 야단을 맞길 언제나 바랐어요.” 게다가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60년대 히피 세대 부모들이 대안적인 교육방식으로 키운 아이들이 꼭 그들의 바람대로 성장하지 않았을뿐더러 사실상 사회부적응자 아이들이 속출했다는 거 말입니다.
=그건 이 사회가 썩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바른 방식으로 자랐으나 이 더럽고 못된 사회가 그들을 기만한 거죠.

-물론 그렇지요. 그렇습니다만, 어쨌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각자의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의무가 있잖습니까? 한국 진보 세대의 대안학교 출신 아이들이 진짜 사회에서는 영 맥을 못 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럼 제가 하나 묻죠. 댁은 애를 어떻게 키우실 거유?

-전 애 안 낳을 건데요.
=이런 사랑도 애정도 없는 냉혈한 같으니라고.

-어머, 애 안 낳으면 냉혈한 되나효? 혹시 MB 정부 출산정책 홍보 담당?
=날아가. 얼른 날아가. 멀리멀리 날아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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