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cine scope] 윤태호의 <이끼>는 잊어라
2010-02-23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이화정
드디어 공개된 강우석 감독의 <이끼> 무주 촬영현장

강우석 감독의 <이끼> 무주 세트는 그간 꽁꽁 감추어두었던 현장이었다. 만화 작가 윤태호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사실 격려보다 우려가 큰 작품이었으니, 아무래도 섣부르게 오픈하기보다는 완성된 작품으로 원작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자신감이 컸으리라 싶다. 그러던 중 강우석 감독의 호출이 떨어졌다. 전라북도 무주, 2만평 부지에 15억원을 들여 지은 <이끼>의 마을을 취재해도 좋다는. 실질적으로 <이끼>의 두 주연배우인 박해일(류해국)과 유준상(박민욱 검사)의 촬영분량이 모두 끝난 다음의 공개라 뒤늦은 감이 있었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이태훈 미술감독 역시 “철거한 세트가 많아 조금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움을 드러낸다.

공개된 장면은 돈을 좇는 이장(정재영)과 그 일당(유해진, 김상호, 김준배)과 이장을 좇는 류목형(허준호)의 대치장면. 류목형의 아들 류해국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마을로 와 석연치 않은 아버지의 죽음을 파헤치게 될, <이끼>의 이후 스릴러를 암시하는 중요 대목이기도 하다. 한파 때문에 입이 얼어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배우들 사정은 아랑곳없이 강우석 감독은 막바지 촬영에 한시가 급하다. 다행히 촬영분량은 없지만 기자회견을 위해 현장을 방문한 박해일, 유준상, 유선까지 출연배우 모두가 참석해 엄동설한 추위에도 현장은 활기차다.

지난해 8월29일 촬영 시작. 70회차 촬영 중, 이제 남은 건 10% 남짓이다. 그간의 고생이 무색하게도 촬영 막바지에 다다른 강우석 감독의 표정이 밝다. “어찌나 애를 태운 작품이었는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라는 말도 이제야 할 수 있는 안도의 푸념이다. 오리지널 아니면 작품을 하지 않았던 이의 원작 욕심도, 사회고발성 드라마를 고집하던 이가 스릴러에 주목한 것도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지 않은 도전이었다. “결정하기 전에 임(권택) 감독님께 갔더니 만류하더라. 영화화하기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웃음)” 애초 제작자의 입장에서 검토했지만 연출자로서의 욕심이 앞설 정도로 맘에 드는 원작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매료시켰던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들’이 모두 영화화할 때는 표현하기 어려운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정지우 감독과 원작자 윤태호 작가까지 참여한 지난한 각색작업, 결국 택한 건 ‘강우석표 <이끼>’였다. 여전히 영화의 윤곽을 공개하는 건 꺼려하지만 강우석 감독이 보장하는 <이끼>의 청사진은 이렇다. “윤태호의 <이끼>는 잊어라. 원작대로 할 거였으면 애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다.” 예상 러닝타임 장장 세 시간. 강우석의 <이끼>는 올여름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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