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무게감이 느껴진다. 피터 잭슨의 귀환작 <러블리 본즈>는 그의 이전작들로부터 다소 비켜서서 감상해야 할 작품이고, 구스 반 산트의 <밀크>는 이번호 ‘Must See’를 참조할 것. 스릴러 <포스 카인드>와 <클로이>는 각각 밀라 요보비치와 줄리언 무어에 주목해서 보면 좋을 듯하다. 중년의 위기를 그린 두편의 멜로영화 중 <P.S 온리 유>는 <번지점프를 하다>와 비교해보면 좋을 듯하고 <커플테라피: 대화가 필요해>는 빈스 본이 제작까지 맡은 로맨틱코미디다.
두편의 아시아영화도 있다. <아쉬람>은 인도의 문제적 여성감독 디파 메타의 작품이며, 한 가족의 기구한 삶을 그린 <하얀 아오자이>는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베트남영화다. <엘라의 모험2: 백설공주 길들이기>는 백설공주 이야기에 재치있는 변형을 가했다. 국내 작품 중 <행복한 울릉인>은 울릉도의 유명인사 ‘상호 할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며, 장건재의 <회오리바람>은 이번호 토니 레인즈의 흥분 섞인 특별기고를 참고하면 될 듯.
이주의 대사
“세상 아버지들이 얼마나 자식들을 사랑하는지 알 수 없을 거예요.”
- <러블리 본즈>의 수지 새먼(시얼샤 로넌)수지 새먼은 자신을 살해한 사람을 향해 말한다. 그가 알지 못하는 게 한 가지 있다고. 첫 키스를 상상해보는 두근거림과 따사로운 추억을 뒤로하고 14살 소녀는 살해당했다. 영화는 죽은 소녀의 이야기를 계속 듣게 하면서, 우리를 끝까지 진범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 잭(마크 월버그)의 자리에 놓는다. 끔찍한 아동 대상 범죄가 공론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처럼 얼마나 많은 소리들을 듣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