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딕]
여성 록밴드의 문을 열었지
2010-06-29
글 : 장영엽 (편집장)
<런어웨이즈>의 주인공인 밴드 ‘런어웨이즈’는 누구?

Q. 영화 <런어웨이즈>는 어디까지 실화인가요?

A. <런어웨이즈>는 밴드 ‘런어웨이즈’의 멤버 체리 커리가 1989년 출간한 회고록 <네온 엔젤>을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밴드의 리듬 기타를 맡았던 조안 제트가 영화의 제작자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했고요. 그러니 생생한 리얼리티를 기대해도 되겠죠? 먼저 밴드 결성의 중요한 계기가 된 프로듀서 킴 파울리와 조안 제트 그리고 드러머 샌디 웨스트의 만남은 거의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대박’을 찾고 있던 파울리는 1974년 지역 잡지에 ‘여성 뮤지션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지만 어떤 반응도 듣지 못했죠. 그러다 조안 제트와 샌디 웨스트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고, 파울리는 영화에서처럼 그녀들을 서로 인사시킵니다. 이후 보컬 체리 커리와 기타리스트 리타 포드, 베이시스트 재키 폭스가 합류해 밴드의 실루엣이 또렷해지자 파울리는 ‘런어웨이즈’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는데요. 밴드에 잠시 몸담았던 베이시스트 비키 블루가 만든 다큐멘터리 <엣지 플레이: 런어웨이즈에 관한 영화>에 따르면, ‘런어웨이즈’의 멤버들은 자신이 선망하는 남자 록 뮤지션을 본받길 권유받았다고 합니다. 체리 커리는 데이비드 보위, 조안 제트는 수지 콰트로와 롤링스톤즈의 키스 리처드, 리타 포드는 딥 퍼플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와 제프 벡, 샌디 웨스트는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 재키 폭스는 키스의 베이시스트이자 보컬인 진 시몬스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하네요. 영화에서 체리 커리가 데이비드 보위다운 차림새로 <Lady Grinning Soul>을 열창하고 조안 제트가 수지 콰트로의 이름을 자주 언급하는 장면을 넣은 건 이러한 영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도대체 ‘런어웨이즈’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해요.

A. 궁금하실 법도 합니다. 영화 <런어웨이즈>는 조안 제트-체리 커리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는데다 밴드 내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우리는 알 턱이 없죠. 그러나 영화에서 재현된 ‘런어웨이즈’의 1977년 일본 공연장면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성 록밴드가 지금이야 흔하지만, 거칠고 파워풀한 남자들의 록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던 1970년대에 여자들로만 구성된 록밴드가 결성된 건 거의 혁명에 가까운 사건이었다고 하네요. 이 새로운 흐름에 관객은 열광했고, 이에 따라 ‘런어웨이즈’는 대부분의 미국 순회 공연에서 매진을 기록하고, 일본 공연 당시에는 이들만을 위한 TV 스페셜 프로그램과 셀 수 없는 방송 출연, 라이브 앨범 발매를 제안받으며 귀빈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LA 위클리>는 런어웨이즈가 미국 록 음악 역사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런어웨이즈의 성공 뒤, 여성 록 뮤지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런어웨이즈는 고고스나 사하라 핫 나이츠, L7, 더 도나스 같은 밴드들이 남성 지배적인 록 음악의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안내했다. 이후 30년간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런어웨이즈’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점스(Germs), 코트니 러브, 화이트 플래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런어웨이즈’의 음악적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고 리노 버켓이란 밴드는 2006년 샌디 웨스트에게 헌정 공연을 바쳤다고 하네요.

Q. 조안 제트와 체리 커리는 어떤 관계였나요?

A. 영화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다코타 패닝의 키스장면에 가슴 설렌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런어웨이즈>의 개봉을 맞아 실제로 많은 언론이 이 장면에 호기심을 드러냈는데요, 그건 체리 커리의 회고록 <네온 엔젤>에는 이런 내밀한 추억에 대한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죠. 체리 커리에 따르면, 이 장면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조안 제트의 관계, 그리고 성 정체성을 에둘러 묻는 질문에 대해 커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그 장면이 진짜였던 건 맞지만, 무엇보다 그때는 1970년대 중반이었어요. 데이비드 보위와 엘튼 존이 자신이 바이섹슈얼이라는 걸 밝혔고 그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었지요. 우리는 실험했을 뿐이에요.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저 즐겼을 뿐이죠. 전 이 장면이 영화에 있는 게 좋아요. 아직도 많은 청춘이 우리처럼 길티한 행동을 저지른다는 걸 알아요. 그들에게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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