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는데, 엄마가 항상 김치찌개만 끓여주셨다. 새로운 찌개나 국은 절대 맛볼 수 없었다.”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웃으며 털어놓은 이는 <엄마의 커다란 김치찌개>로 12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SIYFF 시선상을 수상한 한승훈 감독이다. 그는 엄마를 원망하는 대신 자신의 과거에 살을 붙여 <엄마의 커다란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엄마의 커다란 김치찌개>는 한달에 한번, 한달 동안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엄마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이다.
한승훈 감독은 이야기를 구상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영화를 위해 한달 동안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를 끓이는 일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공업용 냄비를 사와서 모든 스탭을 동원해 김치찌개를 끓였다. 그런데 여름이라 날씨가 더워 하루만 지나도 찌개가 상하는 거다. 매일 새로 끓여야 했다. 그 큰 냄비를 냉장고에 넣어둘 수도 없었으니까.” 김치는 어떻게 조달했을까? “PD가 자기 집 김치냉장고에 있는 김치를 몽땅 가져왔다.” <엄마의 커다란 김치찌개>는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서도 상영됐는데, PD의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고는 놀라서 한마디 하셨다고 한다. ‘아니, 우리 집 그릇과 김치가 영화에 다 있네.’
한승훈 감독은 “희극적이거나 희망을 전해주는 가족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싶단다. “한국사회에서 자식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다. 그런 강박없이 가족끼리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가족이란 이런 것이라는 듯 한승훈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김치찌개는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