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를 연출한 자크 페렝이 배우라는데, 정말 배우인가요?
=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남겨준 키스신 필름을 보던 그 배우입니다. 프랑스영화계에서는 배우이자 감독이고 제작자인데다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행동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객에게 처음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와 공연한 <가방을 든 여인>(1961)이었죠. 그리고 그는 코스타 가브라스의 오랜 동지이기도 했습니다. <잠자는 살인자들>(1965)에서 만나 <Z>(1969)에서는 제작과 조연으로 참여했고, <계엄령>(1973)을 제작했습니다. 자크 드미의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 <당나귀 공주>(1970)에서도 자크 페렝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 관객에게 알려진 작품은 역시 <시네마 천국>(1988)이죠. 눈썰미가 좋은 관객이라면 <늑대의 후예들>(2001)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가 자연다큐멘터리에 눈을 돌린 건 지난 1988년에 제작한 <유인원>부터입니다. 에티오피아, 일본,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의 원숭이와 오랑우탄 등 인류와 비슷한 종족을 관찰한 작품이었죠. 1995년에는 <마이크로 코스모스>에서 내레이션을 맡았고, 2001년에는 <위대한 비상>을 연출했습니다. 이후 또 다른 해양다큐멘터리인 <딥 블루>(2003)에서도 내레이션을 했었죠. 자연다큐멘터리쪽에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육·해·공을 모두 경험한 셈입니다. 그는 자신이 참여한 다큐멘터리의 공통적인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머리가 아닌 감각으로 자연을 인식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코멘터리는 최소화했고, 오로지 영상과 음악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비가 내린 뒤의 풀 냄새를 맡고, 바닷물의 소금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과 달리 한국판 <오션스>는 시종일관 역할극 내레이션이 들리는 게 아쉬운 점이네요.
-<오션스>는 바닷속 세계를 탐험하는 다큐멘터리예요. 근데 황다랑어떼가 화면으로 돌진하는 장면을 보고 놀랐어요. 어떻게 물속에서 이런 촬영이 가능하죠?
=훌륭한 자연다큐멘터리는 자본과 기술, 시간이 만듭니다. <오션스>의 제작진도 촬영 외의 상당 시간을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데에 할애했어요. 물속에서 촬영할 때 카메라맨은 깊이, 질소 포화, 감압층, 호흡할 수 있는 공기량 측정, 급격한 빛의 감소, 미약한 가시도 등의 제약을 감수해야 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육상동물에 비해 바닷속 동물이 사람을 덜 두려워한다는 거죠. 또한 관객의 멀미를 방지하려면 파도의 거친 움직임도 극복해야 하죠. 제작진은 카메라와 파도, 배의 무게와 움직임을 자동으로 측정해 유려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테티스’라는 이름의 크레인을 제작했어요. 돌고래의 이동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을 찍기 위해 ‘버디 플라이’란 원격조정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장착해 공중으로 띄웠죠. 말씀하신 그 장면은 쉽게 말해 어뢰에 카메라를 부착한 거예요. ‘조나스’와 ‘시메온’이라는 수중견인 촬영장비에 카메라를 부착한 뒤, 배로부터 100m 뒤에서 따라오도록 만든 거죠. 황다랑어떼는 이 카메라를 무리의 리더로 착각해 한꺼번에 수백 마리가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오션스>를 보고 나니 세계 최초의 해양다큐멘터리가 궁금해졌어요. 어떤 작품인지 알려주세요!
=세계 최초의 해양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로서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침묵의 세계>(1955)입니다. 루이 말 감독이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보다 먼저 연출한 작품이고, 현대식 스킨 스쿠버 장비를 발명한 자크 이브 쿠스토가 함께 만들었죠. <오션스>처럼 바닷속 세계만을 촬영한 작품은 아니에요. 영화는 쿠스토와 그의 동료들이 칼립소란 배를 타고 지중해, 페르시아만, 홍해를 거쳐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2년이란 시간을 담고 있어요. 물론 바닷속 세계를 관찰한 장면도 있어요. 지금 와서 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 당시 사람들의 흥분을 엿볼 수 있어요. 쿠스토는 물고기 수를 파악하겠다고 산호초 틈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키는데, 이 폭발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죠. 어떤 장면에서는 배의 프로펠러에 몸을 다친 새끼 고래를 총을 쏴 죽이고, 이때 상어들이 고래를 먹겠다고 달려들자 작살을 마구 던져요. 제목은 <침묵의 세계>라 붙여놓고는 정작 자신들이 바다의 침묵을 깬 셈이죠. 그래서 비평적 성과와 별개로 환경파괴와 관련해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오션스>와 비교하면 시대적 거리감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쿠스토는 이후 열렬한 환경보호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