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태연, 서현] 그 뒤 새로운 꿈이 생겨났어요
2010-09-14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목소리 연기 맡은 <소녀시대>의 태연, 서현

소녀들은 사랑스러웠다. 개별 사진 촬영 금지, 영화 외적인 질문 금지라는 소속사의 엄격함에 토라졌던 기자들의 마음도 소녀들이 방긋 웃으며 회견장에 들어서자 한층 화사해진 듯했다.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은 <슈퍼 배드>에서 각각 큰언니 마고와 둘째 에디트의 목소리를 맡아 연기했다. 라디오 DJ 경험이 있거나(태연) 평소 목소리 연기에 관심을 보여온(서현) 이들답게 두 소녀는 셋째 아그네스 역을 맡은 전문 성우의 목소리에 뒤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더빙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태연 3~4일 정도 참여했던 것 같아요. 스케줄 때문에 서현이랑도 같이 못하고 나눠서 (부스에) 들어갔어요.

-<슈퍼 배드>의 고아 세 자매 중 첫째 마고와 둘째 에디트 역을 맡았는데, 각자 어떤 부분에 주목해 연기했나요.
태연 제 캐릭터는 맺고 끊는 게 분명한 성격인 것 같았어요. 원래 제 성격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기했어요.
서현 제가 맡은 역할은 굉장히 악동이거든요. 세 자매 중에서 가장 말썽꾸러기에…. 그래서 저는 소녀라기보다는 소년같은 목소리를 내고 싶었고, 중성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캐릭터와 닮은 부분도 있나요.
서현 언니는 정말 첫째가 잘 어울려요.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태연 서현이는 약간 막내스럽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또 어떤 면에서는 첫째 마고와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서현 제가 생각하기엔 그 세명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웃음)

-각자 맡은 파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있나요.
태연 아,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왜 생각이 안 날까요. (웃음) (한참 뒤) 저는 마고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비명을 질러야 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장면을 힘들게 더빙했어요. 네모난 부스 안에서 그걸 연기하려니 굉장히 많은 힘이 필요하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가뜩이나 비명을 잘 못 지르거든요. 귀를 틀어막고 세게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나요.
서현 에디트가 장난스럽게 “벌레가 자는 동안에 귓속에 기어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대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목소리 출연은 처음이지만, 두분 다 예전부터 목소리 연기에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서현씨는 어릴 적 꿈이 성우였다는 말도 들었고요. 평소에 목소리를 흉내냈거나 목소리 연기를 맡게 된다면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있나요.
서현 지금은 만화를 안 보지만, 어렸을 때 <케로로>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어요. 팬들도 많이 아시는 이야기인데요. 케로로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서 따라한 적도 많아요. 그리고 저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목소리를 좋아해서 정말 셀 수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흉내냈습니다. (웃음)
태연 전 케로로 세대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마 포켓몬 세대였을걸요? (웃음) 거기 동물이 많이 나오니까, 사람 말이 아니라 의성어 흉내를 많이 냈던 것 같네요.

-이번에 목소리 연기에 출연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태연 이건 영화와는 관련없는 얘기지만 처음 말하는 건데요. 녹음부스 안에 파리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진짜 거슬리는 거예요. 예민하고 작은 소리도 잘 먹는 마이크라 옷깃 스치는 것도 조심해야 했는데…. 결국엔 그 파리를 내보내고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
서현 더빙하다 보면 영상을 보면서 그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제 자신을 돌아보면 캐릭터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거나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거예요. 몰입하다 보니 그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가는 걸 느꼈어요.

-소녀시대 동료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태연 저나 서현이나 워낙 평소에 말도 많이 하고 서현이 같은 경우는 평소에 목소리 연기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서, 멤버들은 저희가 더빙을 한다니 ‘어, 잘 됐네’ 하는 반응이었어요. 아마 멤버들과 다 같이 <슈퍼 배드>를 볼 기회가 있을 거예요. 애들이 같이 보자고 먼저 얘기도 해주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서현 저는 효연 언니와 룸메이트인데요, 자꾸 방에서 대사 읽어보라고 해서 힘들었어요. (웃음) 꼭 영화로 보라고 하고는 끝까지 안 해줬죠.

-매체를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각자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은 건 뭘까요.
서현 저는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태연 언니나 제시카 언니가 하는 걸 보면서 꿈을 가지게 되었고, 또 이번에 목소리로나마 영화에 출연하게 되니까 앞으로 영화를 찍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슈퍼 배드>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겨난 것 같아요.
태연 저는 예전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신나고 좋았는데 요즘엔 살짝 두려운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예전에 했던 일들을 또 한번 맡는다면 그땐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장 아쉬운 건 라디오예요.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라디오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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