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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쇼 데쓰야] “유지태와 구혜선에게도 기대가 크다”
2010-11-16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찾은 일본 숏쇼츠단편영화제 벳쇼 데쓰야 집행위원장

1년 내내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전용극장을 보유하고 있고, 그랑프리상을 수상하면 자동적으로 아카데미 단편영화상 부문에 작품을 노미네이트해주는 영화제가 있다. 일본의 숏쇼츠단편영화제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이 영화제는 매년 전세계에서 4천여편의 단편영화를 출품받고, 조지 루카스 감독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단편영화제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 올해부터 프로그램 제휴를 맺고 한·일 관광진흥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숏쇼츠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자 설립자 벳쇼 데쓰야가 한국을 찾았다. 벳쇼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라디오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일본의 중견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13계단> <메신저>, 드라마 <마녀의 조건>에 출연했던 이 배우는 어쩌다 일본 단편영화계의 ‘맏형’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 어떻게 교류하게 됐나.
=시작은 2006년이었다. 당시 안성기 집행위원장이 우리 영화제를 방문했고, 그때부터 교류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아시아나와 제휴를 논하기 시작한 건 1년 전부터다. 한국과 일본의 관광진흥을 위해 함께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그 프로젝트를 진전시키면서 두 영화제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넣자는 얘기도 나왔다. 이번 아시아나영화제에서 상영된 <트래블링 쇼츠 인 재팬>이 그 교환 프로그램이다. <트래블링 쇼츠 인 코리아>는 내년 우리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숏쇼츠영화제의 설립자다. 처음 영화제를 구상한 계기가 무엇인가.
=내가 단편영화를 처음 본 게 1997년이다. 그때 LA 소니 스튜디오에 들렀다가 우연히 <앵그리 보이>라는 단편을 봤는데, 굉장히 놀랐다. ‘이렇게 짧은 영화에 이런 임팩트가 있다니!’ 하며 충격을 받은 거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난 뒤 다음해 선댄스영화제에 가서 단편영화 섹션을 관람했는데 역시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당시 일본에는 단편영화제가 전무했는데, 일본 관객에게도 내가 느낀 단편영화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 영화제를 만들게 됐다.

-하지만 없던 영화제를 만든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단순히 매력만으로 영화제 설립을 생각했을 것 같진 않다.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단편영화의 예술적 가치와 비즈니스적 가치. 이것이 21세기엔 분명 영화산업적으로 더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보자. <메멘토>가 빠른 편집으로 시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2000년대에 무척 화제가 됐잖나. 그런데 이건 이미 1990년대 단편영화들이 하고 있었던 예술적 실험이었다. 그리고 PC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단편영화 제작이 활성화되면, 이것이 비즈니스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올해 우리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상당한 콘텐츠 수익을 올렸다. 두달 만에 콘텐츠 다운로드 수가 7만건이 넘었으니까.

-영화제를 만들 당시 배우였을 텐데. 주위 반응이 어땠나.
=어려움이 너무 많았지. (웃음) 배우가 단편영화제를 만드는 의미가 대체 뭐냐, 당신 이름 팔려고 영화제 만드는 것 아니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기업에 영업을 가도 ‘그 영화제, 실질적으로 운영은 되는 거냐’라며 인정을 안 해주더라. 배우 출신이란 선입견을 깨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선입견을 어떻게 극복했나.
=주변 사람이나 스폰서에게 단편영화를 일단 한번이라도 봐달라고 했다. 사실 내가 아무리 얘기해봤자 듣는 것보다는 단편영화를 한번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다. 결국 좋은 단편영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숏쇼츠가 배출해낸 인재가 있다면.
=너무 많은데. (웃음) 대표적으로는 <주노>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영화제에서 <인 가드 위드 트러스트>(2000)를 상영하고 관객상도 받았는데, 이젠 완전히 성장했더라. 로이스톤 탄(<15> <4:30>)과 마크 오스본(<쿵푸팬더>)도 우리 영화제를 거쳐갔고 지금까지도 숏쇼츠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참, 개인적으로는 배우 출신으로 영화를 만드는 한국의 유지태와 구혜선에게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게 많은 단편영화를 접하다보면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나.
=물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웃음) 당장은 못 만들겠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는 건 이런 거다. 감정이 사람을 변화하게 만드는 영화, 그리고 거짓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그런 주제의 영화를 언젠가는 만들고 싶다.

-요코하마에 영화제 전용극장이 있다고 들었다. 1년 동안 어떻게 운영하나.
=매년 각국에서 4천여편의 단편영화들이 숏쇼츠로 들어오는데,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되는 건 그 10분의 1도 안된다. 소개되지 못한 영화들이 너무 아쉬워서 3년 전에 영화제에 출품된 단편영화들을 선별해 프로그래밍하는 전용극장을 만들었다. 일본에도 한국 단편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은데, 우리 영화제에 출품하면 영화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일본 관객에게 단편을 소개할 수 있다. 많이 출품해달라고 꼭 좀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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