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1년 올해의 배우 이영애, 최민식 [2] - 최민식
2001-12-27
글 : 백은하 ( <매거진t> 편집장)
사진 : 이혜정
강재를 보낸 가슴엔 오원의 예술혼이 불타고

올 게 왔구나 했던 그날, 3월 태흥영화사

<파이란> 촬영 후반쯤, 임권택 감독님으로부터 <취화선>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앞뒤 잴 것 없이 이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 전에 함께 작품했던 감독들은 대부분 또래거나 후배였거든요. 형, 아우하면서 일하는 현장에서의 장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어떤 때는 시건방을 떨 때가 있었다고요. 그런 건 배우생활 하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거거든. 물론 지금이 개구리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야겠다, 거장 의사에게 종합검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 자세로 시작하니까 허, 그나름의 편안함이 있데요. 내 것을 다 비우고, 다 없애고 나니까 내 안에 있는 진짜가 나오더라고요. 버린다고 손해가 아니구나. 계산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다가선 순간들이었어요.

올해 가장 행복했던 그날, 6월 이종상 선생자택

<취화선> 촬영 들어가기 전,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이자 서울대 박물관 관장으로 계신 일랑 이종상 선생님 댁을 방문했어요. 선생님께서 장승업의 그림을 2∼3작품 개인소장하신 것도 있고, 영화 들어가기 전에 이런저런 조언도 들을 요량으로 찾아뵌 건데 갑자기 “오원 선생과 악수를 나누셔야죠” 하시며 장승업의 그림을 액자에서 꺼내시는 거예요. 사실 고미술품이란 것이 빛이나 습도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가격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거고, 조금만 부주위해도 큰일나는 건데 “만져보라”며 기꺼이 그림을 내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어요. 장승업의 그림에 제 손이 닿는 순간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더라고요. 그와 처음 만나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올해 가장 아팠던 그날, 8월 양수리 세트장

너무 더웠어요. 옷도 그런데다 수염은 잔뜩 붙였지. 가는 곳은 찍어놓으면 세상없는 절경이지만 죄다 발이 쑥쑥 빠지는 곳이지 와, 죽겠드만요. 이제 되도록이면 한식도 안 먹고 기와집, 초가집 근처엔 가고 싶지도 않아. (웃음) 하지만 임 감독님에게 종합검진을 받으면서 내 속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를 알았어요. 뭐 특별한 처방전을 써주시는 것도 아니고, ‘무언의 처방’이었죠. 주사도 아프고, 약도 쓰고, 가끔은 게워내기도 하면서 서서히 나란 인간이 치료된 것 같아요.

올해 가장 기대되는 내일, 한겨레신문사 앞 중국집

지난주까지는 그야말로 말년 휴가였어요. 지금까지 찍은 거 정리하고 나름대로 심기일전해서 내일 새벽부터는 다시 강화도로 촬영 들어갑니다. 아휴! 휴가 끝입니다. 이제 남은 분량은 장승업의 말년을 담을 겨울신인데, 이게 정말 중요해요. 마지막 장면은 아직 말씀 못 드립니다. 기다리세요.

2010년 12월31일, 어느 산 속

12월31일이라…. 아마 앞으로 태어날 우리 자식들하고 우리 와이프하고 산 속에 들어가 냉수마찰하고 있을 거예요. “우리 가족! 강인하고 희망차게 내년을 맞이하자!”고 외치면서 말이죠. 농담 아닙니다. 저는 아이들, 강하게 키울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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