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양미리 구이’가 한 접시에 1만원, ‘원직복직 소원 어묵’이 한 그릇에 오천원.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소한 양미리 냄새, 냉한 뱃속을 뜨뜻하게 덥힐 어묵 국물 냄새, 코끝을 간질이는 막걸리 냄새가 한데 섞여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옛 사옥 앞 골목을 휘감았다. 그러나 모금함은 텅텅. 기쁜 날, 함께 음식을 나누며 왁자하게 떠들다보니 주인장은 돈 받는 것도 까먹은 듯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세상을 뜬 전태일 열사의 40주기였던 11월13일,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적 공간이 된 기륭전자 옛 사옥 앞에서 ‘골목에서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골목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조촐했다. 6년간의 투쟁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과 그림이 천막을 갤러리 삼아 전시됐다. 노사 갈등이 현재진행형인 주연테크의 천막도 한편에 세워졌고, 도서 바자회를 비롯해 사진을 찍어주고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모나미, 아마도 우린, 회기동 단편선, 밤섬해적단, 허클베리핀, 펑카프릭&부슷다 등의 인디밴드가 참여한 공연도 3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밤섬해적단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해고당해도 다 내 탓이오~”, “돈이 안되는 일은 다 쓸데없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심오한 멘트로 관객을 웃겼다. 땅거미가 내릴 즈음 풍물패 공연과 마당극이 이어졌고, 해가 완전히 진 뒤 <반두비>가 상영됐다.
11월12, 13일 이틀간 열린 이번 축제는 기륭전자 분회와 기륭전자 공대위가 주최하고, ‘변화를 꿈꾸는 사진작가들’, ‘한국독립영화협회’, ‘독립애니메이션협회’ 등 기륭전자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이 힘을 보태 마련됐다. 지난 11월1일, 파업은 마침표를 찍었다. 기륭전자 노사는 조합원 10명의 직접 고용을 골자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2005년, 사쪽의 불법파견 및 파견노동자 해고에 노조는 이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점거농성, 고공농성, 단식 등 극단적인 방법들을 동원해 외쳤고, 버텼다.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은 94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골목축제에서 만난 김소연 분회장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러나 얼굴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 다만 30명 안팎의 관객이 전부인 축제는 어딘지 쓸쓸했다. 아니다. 기륭전자 투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새로운 시작만 남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