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소통만 있다면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다
2010-12-02
사진 : 최성열
2011년 영진위 예산안의 지원 방식 변화의 문제점

2011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예산안의 가장 큰 이슈는 지원방식의 변화이다. 영화의 기획과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있었던 사전공모형식 직접지원사업 부분(기획개발지원/마스터영화지원/예술영화지원/독립영화지원)을 스탭인건비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간접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주 골자다.

이게 무슨 얘기냐고? 기획개발비든, 독립영화, 예술영화, 저예산상업영화든 구분없이 투자는 알아서 받으라는 것이다. 개발비든 제작비든 알아서 재원을 마련해서 제작만 들어가면 일정 정도 스탭들의 인건비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취함으로써 직접지원에서 불거지는 심사문제나 작품 미완성 문제, 지원금 유용 문제를 다 해결하고 스탭인건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생각인 듯하다. 문화부의 현실적인 고민이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정말 이것밖에 해결방안이 없었나라는 의구심과 함께,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케이블과 공중파로 떠나는 작가, 감독, 제작자들

간접지원 전환의 문제점을 정리해보자. 첫째, 기존 지원제도를 지원방식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접지원이라는 틀 안에 묶인 4개의 사업은 실상 상당히 다른 사업이다. 각 사업의 의의와 목표가 다르고 지원대상, 지원방식, 심사과정, 지원액수 등이 다르다. 특히 기획개발지원사업은 이제 겨우 2회째 진행하는 것으로 사업 평가를 제대로 받을 만한 겨를도 없었다. 이렇듯 다양한 사업의 개별적인 특성을 거세하고 직접지원이라는 지원방식의 틀에서 바라보고 일방적인 예산 삭감을 단행하는 것은, 영화산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린 처사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예산안 얘기를 잠시 접고 주변을 둘러보자. 정부에서는 글로벌콘텐츠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1등 상금 1억5천만원이라는, 영진위 지원사업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개발비를 내건 공모전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방송은 방송대로 종편채널을 채울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열을 쏟고 있다. 굳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별되는 통신산업까지 얘기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콘텐츠 기획과 개발은 영화를 위시한 영상산업 전체의 최대 화두이다.

그런데 2011년 영진위 예산은 거꾸로다. 정부의 비전과 영상산업의 발전을 보면 그동안 지원되었던 콘텐츠 관련 예산이 더욱 장려되고 늘어나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전액 삭감되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작가들은 일거리 많고 조건 좋은 방송으로 향하고, 경험있는 감독과 제작자들은 영화만 해서는 답이 없다며 케이블로, 공중파로 드라마를 찾아가는 현실을 정말 문화부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세 번째로 그동안의 직접지원사업이 정말 문제만 있었는가 하는 원초적 의문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영화 <방가? 방가!>, 국내외 영화제의 이슈를 한몸에 받았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일반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내 깡패 같은 애인> 등은 모두 영진위 제작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들이 영진위의 사전공모를 통한 직접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진정 그동안의 영진위 지원사업이 밑빠진 독에 물붓듯 퍼주기식 사업이었는지, 정말 영화인들은 정부의 지원금으로 인해 자립성을 키우지 못해서 지금 생떼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2011년 영진위 예산안을 짠 분들에게 오히려 되묻고 싶다.

영화발전을 위한 영화인대토론회 때의 에피소드. 그때 문화부 관계자의 얘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금 변화가 당장은 불안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지나면 적응될 것이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우리는 변화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다. 다만 현장의 치열한 고민이 제대로 반영된, 소통과 교류를 통한 변화라면 그 무엇인들 못 받아들이겠는가.

글 양종곤(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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