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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종] 아프리카 아이들,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
2010-12-08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다큐멘터리 <하쿠나 마타타: 지라니 이야기>의 임태종 목사

케냐 고르고초 빈민들에게 임태종 목사는 더없는 지라니(좋은 이웃)다. 20년 넘게 한국에서 목회활동을 했던 그는 2006년 첫 방문한 케냐에서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을 만들어 5년 가까이 전세계에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다큐멘터리 <하쿠나 마타타: 지라니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그를 서울 갈현동 은현교회에서 만났다. 내년 1월까지 한국에 머물며 공연을 진행 중인 그는 영혼으로 노래하는 지라니합창단 아이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으려 했다.

-구호활동 대신 합창단을 창단한 이유는.
=어떤 면에서는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다. 받는 쪽에선 처음에 고마워하지만 나중에 기대만큼 안 주면 왜 조금 주느냐고 한다. 처음엔 개개인이 나쁘다고 봤는데 그들이 처한 환경이 그렇게 만들더라. 자기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부적인 원조는 사람들을 더 의타적으로 만들고 그들의 내면을 황폐하게 만든다. 물론 당장 굶어죽는데 합창단이 사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한끼 밥을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한다면 절망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처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합창단을 목표로 했다.
=태생적으로 가난하고 비참한 아이들이다. 적당히 노래하고 ‘아이고, 불쌍한 애들’ 하는 식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정도로는 안된다. 남들 앞에서 그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으려면 메시지를 지닌 감동을 전달할 수준이 돼야 한다. 시작 전부터 그런 목표를 갖고 있다 보니 몇배 힘들었다.

-합창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그들은 합창이 뭔지도 몰랐다. 오디션도 앉아서 보는 것이 아니라 교회나 NGO가 운영하는 학교를 찾아가서 아이들을 좀 모아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부모들도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1기 학생 대표였던 브렌다는, 계모가 일을 하지 않고 노래하러 간다고 애를 가두고 칼로 해코지까지 하려 했다. 이제는 다들 지휘자를 찾아와 아이들을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됐지만.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아이들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생기겠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그들이 부유한 나라를 보면 문화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케냐로 돌아갈 때면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도와주고 우리가 나가버리면 그들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만 키워 결국 범죄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리더 육성이다. 특별한 사랑을 받은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되갚게 해주는 것이다.

-글로벌 리더의 모델이 있나.
=넬슨 만델라다. 못사는 나라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직한 리더가 없다. 사회를 바꾸려는 인권운동가가 나이로비 시내에서 저격당해 죽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군부독재정권 때보다 훨씬 더 심하다. 어설프게 정의를 가르치면 죽음의 현장으로 그들을 밀어넣는 것밖에 안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큰 지도자가 돼야 한다. 넬슨 만델라처럼 감옥에 있어도 전세계가 주시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 말이다. 결국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를 건넬 수 있는 이는 때리고 빼앗은 이들이 아니라 짓밟힌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케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씨앗들이다.

-지라니 운영방식에 대한 스탭들의 불만이 영화에 나온다. 껄끄럽지 않았나.
=편하진 않지. 내 한계가 적나라하게 폭로됐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보여줬으니 됐다. 내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탭들을 인터뷰했다는 사실은 편집본을 본 최근에야 알았는데, 이창규 감독이 되레 눈치를 보더라. 그래서 나도 인간이고 수많은 목사 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인간 그대로 그려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내가 미화되는 것보다 지라니합창단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면 된 것 아닌가.

-지라니어린이합창단 앞에 놓인 숙제도 만만치 않다.
=문화냐 구호냐 하는 딜레마가 여전히 존재한다. 합창단을 도와주는 것보다 물 없는 곳에 우물을 파주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점점 문화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라니아트스쿨은 언제부터 공사에 들어가나.
=일단 땅을 샀고 설계도 끝났다. 독지가가 나서면 내년 1월부터라도 공사에 들어가려 한다. 교실 1칸이라도 먼저 지어서 시작해야지. 공동체 형태로 함께 살아가다보면 지라니합창단의 음악도 더 많이 성숙해질 것이다. 또 3년 안에 뮤지컬팀을 만들려고 한다. 지라니 아이들의 춤은 DNA에서 나오는 춤이다. 현재 할렘 지라니 앙상블이 활동하고 있는데 추후에 남미, 아시아 지라니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대륙별로 가장 어렵게 사는 이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졌으면 한다. 아직도 혼자 소설 쓰고 있는 중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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