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엔딩 크레딧을 본 적이 있는가. ‘야구지도.’ 그러니까 <글러브>에서 주인공인 정재영이 아이들에게 훈련시키는 장면이나 청각장애인인 야구부 아이들이 훈련이나 시합을 하는 장면은 전부 야구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다는 말이다. 1990년대 중·후반 삼성 라이온즈에서 포수 생활을 했고, 현재 연예인 야구단 알바트로스의 감독이자 실내야구장 ‘드림필드볼파크’에서 사회인 야구단을 가르치고 있는 임채영 감독이 바로 그다. “MBC 드라마 <2009 외인구단>에서 야구 지도를 맡았다. 영화사로부터 제의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고민을 한참 했는데, ‘강우석’이라는 이름 석자 때문에 수락했다.”
<글러브>에서 그의 훈련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다. 극중 한국 최고의 투수로 등장하는 정재영과 역시 주인공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위한 맞춤형 연습. “(정)재영이 형의 경우 훈련이 두 가지였다. 주무기인 스플리터 구질 연습과 아이들을 연습시키는 수비 훈련인 ‘펑고’다.” 정재영이 <씨네21>과 커버 인터뷰 때 밝힌 너클볼 구질의 훈련은 어땠냐는 질문에 임채영 감독은 “워낙 던지기 힘든 구질이라 재영이 형한테 그냥 한국영화의 CG 기술을 믿으라”고 말했다(웃음)”. 성심학교 야구부의 경우, “극중 설정이 청각장애인이다보니 일부러 (실력이) 부족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게 힘들었다”고. “특히, 선수 시절 같은 포지션이었던 (김)혜성이를 가르칠 때 기분이 남달랐다. 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온몸으로 볼을 막아야 하니까 안쓰러웠다.” 현장에서 강우석 감독은 그런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감독님께서 야구와 관련한 장면은 모두 내게 일임하셨다. 늘 ‘네가 봐야 알지’라면서 모니터에 집중하길 원하셨다.” 야구지도라는 크레딧으로 ‘한국영화 1호’를 기록한 만큼 임채영 감독은 “앞으로 한국영화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