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논픽션 소설 <고모라>는 유럽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폴리, 그곳을 근거지로 삼은 마피아 조직 카모라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잠입 취재하여 이 범죄 세계의 실상에 관한 글을 썼고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베스트셀러를 냈다. 마테오 가로네가 이 소설을 기초로 영화를 만들자 이번에는 영화계에서도 파란이 일어났다.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예컨대 “<고모라>는 가로네가 이전에 몰두했던 어떤 것보다도 훨씬 더 야심적인 프로젝트”(<시네아스트>)라는 평가를 얻어냈고 단지 야심뿐 아니라 영화의 수준도 높게 평가받았다. 마테오 가로네에 관한 현재의 평가가 지나친 감이 없진 않지만 그는 지금 전세계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자리에 이미 올라섰다. “나폴리의 폭력적인 세계 제국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로 불리기도 하고 “로셀리니 갱스터 무비”로 불리기도 하는 <고모라>의 감독으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 관심은 아마도 그의 영화가 아름다운데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테오 가로네는 2008년 칸영화제에서 <고모라>로 심사위원 대상을 공동수상했다(다른 한명의 수상자는 <일 디보>를 만든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다). 영화평론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나 독학으로 영화를 배운 가로네는 일찍이 단편을 만들던 시절부터 이탈리아영화의 거장 난니 모레티의 눈에 띄었다. <고모라>에 이르러 확실한 스타 감독이 된 것인데, 의외로 그 이전의 작품 수가 상당하다. <고모라>(2008), <첫사랑>(2004), <박제사>(2002), <로마의 여름>(2000), <손님들>(1998), <나폴리의 결혼 사진사>(1998), <이민자들의 땅>(1996), 이번 특별전 상영작들이다.
자신의 근거지인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내부자로서의 사회적 관심(가로네는 그 자신이 시스템의 내부 안에 있음을 종종 강조한다) 그리고 미학적으로 강력한 비주얼에 대한 열망, 이 두 가지가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에선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가로네는 로셀리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강조하는 한편 <고모라>의 시작에 관해서는 사비아노의 책이 준 충격은 사실 그 내용보다 시각적으로 상상되는 충격이었다고도 말한다. 작품에 따라 사회적 관심 혹은 미학적 관심 어느 한쪽이 좀더 부각된다. <고모라> 이전에 마테오 가로네의 이름을 암암리에 알린 건 확실히 <박제사>와 <첫사랑>이며 여기에선 강렬한 시각적 미학이 두드러진다. 동물 박제사로 일하지만 실은 거대 마피아 카모라의 하수인인 남자와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며 성적 관계에 휩싸이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가 <박제사>다. <첫사랑>은 금 세공사로 일하는 남자와 미술학교의 누드모델로 일하는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마른 여자에 대한 남자의 강박관념이 극에 달하면서 둘의 관계가 도착적으로 변질된다는 내용이다. 두 작품 모두 시각적으로 강렬한 장면이 다수이며 인물들도 처음엔 평범하게 만나지만 결국에는 극단의 강박에 시달린다.
물론 그 이전의 작품들까지 포함한다면 가로네의 영화적 세계는 언젠가 다시 말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민자들의 땅>에서는 매춘부, 알바니아 소년 노동자, 이집트 주유소 직원 등 제3세계 이민자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세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나폴리의 결혼 사진사>는 나폴리의 유명 사진사 피폴로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며 신랑 신부에게 늘 인기가 많은 그를 주인공으로 인물을 탐구하는 한편 나폴리에 관한 지역색도 담는다. 2명의 알바니아 이민자의 로마 정착 분투기가 <손님들>이고 <로마의 여름>은 전직 변호사에서 아트디렉터로 직업을 바꾼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그의 일들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로 뒤섞어 보여준다.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의 감독으로 급부상한 미지의 감독 마테오 가로네, 마침내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