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앤덴]
[now & then] 앤서니 홉킨스
2011-02-09
글 : 주성철

언제나 적당히 벗겨진 머리여서 노화의 실감을 주지 않던 앤서니 홉킨스지만 이젠 정말 세월의 흔적이 뚜렷하다. 1937년생이니 어느덧 70대 중반의 나이, 약물의 힘을 빌릴 때도 됐다. <환상의 그대>의 알피(앤서니 홉킨스)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고 섹시한 삼류 여배우를 만나 결혼에 이른다. 젊은 아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비아그라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혈기왕성한 아내는 ‘약효’가 발생할 때까지 어쨌건 참아야 한다. “워워워 잠깐만, 5분만 기다려줘”라며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그러니까 이제 몸과 마음이 완전히 분리된 듯한 앤서니 홉킨스의 난감한 표정이 압권이다. <양들의 침묵>(1991)에서 오직 ‘말발’로만 사람을 죽이고 살렸던 카리스마는 이제 어디로 갔을까. 백 마디의 최면술보다 한알의 비아그라에 의지하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엘리펀트 맨>(1980)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엘리펀트 맨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의학적 흥미를 느꼈던 프레드릭 의사(앤서니 홉킨스) 시절을 그리워하지나 않을까. 스스로를 위한 처방을 내릴 수도 있으니까.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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