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적당히 벗겨진 머리여서 노화의 실감을 주지 않던 앤서니 홉킨스지만 이젠 정말 세월의 흔적이 뚜렷하다. 1937년생이니 어느덧 70대 중반의 나이, 약물의 힘을 빌릴 때도 됐다. <환상의 그대>의 알피(앤서니 홉킨스)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고 섹시한 삼류 여배우를 만나 결혼에 이른다. 젊은 아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비아그라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혈기왕성한 아내는 ‘약효’가 발생할 때까지 어쨌건 참아야 한다. “워워워 잠깐만, 5분만 기다려줘”라며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그러니까 이제 몸과 마음이 완전히 분리된 듯한 앤서니 홉킨스의 난감한 표정이 압권이다. <양들의 침묵>(1991)에서 오직 ‘말발’로만 사람을 죽이고 살렸던 카리스마는 이제 어디로 갔을까. 백 마디의 최면술보다 한알의 비아그라에 의지하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엘리펀트 맨>(1980)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엘리펀트 맨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의학적 흥미를 느꼈던 프레드릭 의사(앤서니 홉킨스) 시절을 그리워하지나 않을까. 스스로를 위한 처방을 내릴 수도 있으니까. 아 옛날이여~.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LIST] 김도연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
[LA] 끝내 검투사까지 재등판한 할리우드, <트위스터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등 속편 열풍… <글래디에이터 II>는?
-
[culture stage]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
-
[오수경의 TVIEW] Mr. 플랑크톤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