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살바도르 달리의 타로카드, 점괘도 좋을까?
2011-02-24
글 : 장영엽 (편집장)
<리미티드 에디션전>

3월2일까지 / 오페라갤러리 / 02-3446-007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비싼 타로카드.” 타로카드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달리 유니버설 타로’에는 어김없이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다. 달리 유니버설 타로가 뭐냐고?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프린팅해 제작한 타로카드다. 오만하고 독창적이며 때로는 기괴했던 달리와 타로카드라니! 이건 마치 팀 버튼이 <배트맨>을 만든 것만큼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 달리가 타로카드를 제작하게 된 건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의 제작자인 알베르 브로콜리의 제안 때문이었다. 브로콜리는 1973년작 <007 죽느냐 사느냐>에서 점술가 역을 맡은 제인 세이모어가 사용할 타로카드의 제작을 달리에게 맡겼다. 달리가 만든 78점의 타로 판화 작품은 제작되자마자 미술 컬렉터로 이름을 날렸던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전작이 팔리는 등 화제가 되었지만 스타인의 뜻에 따라 1997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었다. 이 판화 작품을 국내에서 최초로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리미티드 에디션전>은 살바도르 달리의 판화 작품을 비롯해 마르크 샤갈, 후안 미로, 데미안 허스트, 줄리언 오피, 우에민준, 장샤오강, 왕광이 등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르는 유명 작가들의 판화작품 100여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희귀본, 한정판, 미공개작이 포함되다 보니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앞서 소개한 달리의 작품은 타로카드 원작과 이후 250개 에디션으로 제작된 판화가 함께 소개된다. ‘죽음과 같은 휴식’을 상징하는 <Four of Swords> 판화에 <마라의 죽음>을 접목시키는 등 아이디어와 재치가 번득이는 작품들이다. 우에민준(<여기 영웅이 있다> <평화의 새들>), 장샤오강(<회색과 푸른색들> <형언>), 왕광이(<팝-아트> <까르티에 18k>), 왕칭송(<이민자들의 꿈> <당신과 협력할 수 있겠습니까?>), 양사오빈(<레드 스타> <욕망의 포도>) 등 중국 현대미술의 다섯 거장 작가들의 판화는 프랑스의 큐레이터 안테 글리보다가 작가들과 함께 직접 기획한 한정판이다. 다섯 작가들의 대표작 중 각각 20점을 선정해 제작한 이 에디션에는 작가의 친필 사인과 프랑스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피카소와 샤갈, 후안 미로의 작품은 적지만 언제나 그랬듯 존재감이 굉장하고, 줄리언 오피와 데이비드 거스타인의 작품은 귀엽고 밝다. 전시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눈이 호사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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