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
[프로페셔널] 소리 채집의 즐거움
2011-03-08
글 : 신두영
사진 : 오계옥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의 송예진 동시녹음기사

신성일, 엄앵란이 청춘스타이던 시절엔 대사를 후시녹음했다. 지금은 후시녹음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촬영현장에 가면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붐맨’이라고 불리는 이들로, 소리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헤드폰을 끼고 녹음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동시녹음기사다. 수집된 소리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홍상수 감독과 함께 오래 일한 송예진 동시녹음기사에게 동시녹음 스탭의 역할과 자질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송예진씨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동시녹음팀 막내로, <극장전>에서는 붐맨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그리고 지난겨울 촬영을 마친 <북촌방향>에서는 동시녹음기사로 일했다.

-동시녹음은 어떤 일인지 궁금하다.
=보통 일반 관객이 영화를 볼 때 당연히 사운드가 카메라에 같이 녹음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녹음은 녹음기가 하고 나중에 화면과 사운드의 싱크를 맞춘다. 동시녹음기사의 역할은 쉽게 말해 영화 안의 소리를 현장에서 최대한 노력해서 따는 것이다.

-동시녹음 파트는 어떻게 구성되나.
=기본적으로 기사, 붐맨, 라인맨으로 구성된다. 막내 라인맨은 케이블을 깔고 접고, 잔심부름도 하는 보조 역할이다. 붐맨은 카메라 옆에서 붐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픽업한다. 기사는 녹음기 앞에 앉아서 들어오는 소리를 처리한다. 기사는 붐맨과 어떻게 소리를 담을 것인지 협의하고 결정을 내린다.

-동시녹음이 쉬운 영화와 어려운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컷이 많이 나눠지면 쉽다. 소스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붐맨도 소리를 픽업하기 쉽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대체로 어렵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어떤 점에서 어렵나.
=홍 감독님 영화는 컷이 길다. 한신을 통으로 촬영하는데 배우들이 그 안에서 마음대로 논다. 또 모든 테이크가 같지 않다. 한 배우가 “야”라고 대사를 할 때 다음 테이크에서 감정을 달리해서 “야~~”라고 크게 할 수 있다. 소리가 커지면 깨져서 쓸 수가 없다. 그런데 배우가 1명이 아니고, 테이블신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들어오는 신호를 다 처리하기가 어렵다. 마이크를 하나만 쓰면 그나마 나은데, 여러 개가 들어가면 더 어렵다. 게다가 홍 감독님은 테이크도 많이 간다. 붐맨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거다. 줌이 들어가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마이크가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홍 감독님은 현장에서 녹음된 소스를 100% 다 쓴다. 그래서 녹음하기 어렵지만 보람은 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카페 뤼미에르>를 보면 주인공이 전철 소리를 녹음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그런 식으로 특정한 소리를 좋아해서 녹음하기도 하나.
=그렇게 오덕스러운 건 없다. (웃음) 이런 건 있다. 비가 올 때는 소리가 다르다. 공기가 축축할 때 들리는 소리들, 대사도 그렇지만, 비가 내릴 때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좋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따놓고 싶다. 비가 올 때는 평소와 다른 정서의 소리가 나온다. 나중에 신경 써서 들어봐라. 습도가 높을 때 소리가 전달이 더 잘된다.

-동시녹음기사가 되기 위한 자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소리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귀로 듣는 것과 녹음된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차이에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요즘은 AV도구가 싸고 접근성이 낮아졌다. 좋은 성능의 녹음기를 싸게 구입할 수도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소리를 채집하러 다닐 수 있고,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과정은 동시녹음이든 믹싱이든 사운드쪽 스탭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좋은 습관이다. 그리고 동시녹음은 현장에 있는 직업이라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동시녹음쪽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채용공고가 많은 편이다. 홍 감독님 영화 때 채용공고를 낸 적이 있는데, 메일로 이름과 전화번호만 딸랑 적어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더라. 이 일을 시작하려면 약간의 예의와 성의만 보이면 된다. 전문적인 교육이 없어도 진입할 수 있고,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 물론 붐맨이 되고 기사가 되기까지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도제 시스템이 약간 무너지면서 직업 붐맨이 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붐맨이 귀하기 때문에 여러 기사와 일하면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고, 이후에 기사가 돼서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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