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우리도 했어, 이젠 당신 차례야
2011-03-17
글 : 김도훈
글 : 장영엽 (편집장)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도전! <씨네21> 기자들 스마트폰 영화 만들기

만들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씨네21> 기자들은 직접 아이폰4를 이용해 스마트폰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주어진 날은 2월28일 단 하루. 장비는 KT에서 대여했다. 주말에 머리를 맞대고 내놓은 시나리오의 제목은 <장기자의 미묘한 인터뷰>(감독·촬영·편집 김성훈, 보조촬영 최성열, 백종헌, 시나리오·조연 김도훈, 주연 장영엽, 투자 김혜리). 골치아픈 마초 남자배우와 인터뷰하는 초보기자의 애환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미학적 사용을 통해 처연하고도 슬프게 담아내겠다는 영화적 야망으로 시작한 계획… 이었으나, 시작부터 끝까지 난항은 계속됐다. 다섯 시간의 본촬영 끝에 완성된 영화는 현재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인 ‘ReelDirector’로 편집 중이다. 이것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이 언제가 될 지는 누구도 모른다.

1. 널리 활용되는 ‘올모스트 DSLR’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포커스, 노출, 색온도를 맞추고 있다. 유의할 점은 반드시 조명 세팅을 다 마친 다음에 화면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도대체 언제 촬영을 시작할지 알 수 없어 조금 불안하다. 슬레이트도, 붐마이크도, 거대한 촬영용 카메라도 없이 작은 아이폰의 빨간 버튼 하나에 의지하는 현장이다. 장영엽 기자는 초조한 듯 “시작할 때 꼭 사인을 줘”라고 몇번이나 언질을 줬다.

2. 이번 영화 촬영에 쓰인 아이폰4는 총 3대. 배터리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아이폰의 설정 화면에 들어가 ‘에어플레인’ 모드(중간에 전화가 걸려와 촬영이 중단될 위험도 없다)로 설정했다. 화면 앞쪽 카메라는 마스터숏 촬영을 위한 것이고, 김성훈 기자가 들고 있는 핸드그립은 클로즈업을 위한 것이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 여러 각도에서 각기 다른 용도로 동시에 촬영하기로 계획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마스터숏용 카메라와 클로즈업용 카메라의 설정(포커스, 노출, 색온도) 역시 각기 다른 값으로 맞춰야 한다.

3. 세트는 단출하게 스튜디오에 차렸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영화를 찍을 때는 조명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야외에서 촬영할 경우엔 ‘올모스트 DSLR’을 이용해서 찍더라도 노출과 색온도를 계속 수정해주어야 하고, 실내에서 촬영할 때는 조명이 없으면 노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4. 장영엽 기자가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 시종일관 배우에게 까이는 역할이라 당황하는 표정이 중요한데, 배우 역을 맡은 김도훈 기자의 대사에 맞춰 어떻게 애드리브하는지가 관건이었다. 장엽엽 기자는 말한다.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흐름만 파악해 상대방의 대사에 반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애드리브가 길어지다보니 촬영 분량이 자꾸만 늘어나는 게 문제였죠.”

5. 카메라 한대는 삼각대에 올려서 고정으로 두고, 두대의 카메라는 숄더그립과 손을 이용해 클로즈업으로 촬영했다. 두대의 카메라가 장영엽 기자의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찍고 있다. 장영엽 기자가 당황해서 말한다. “저기, 난 피부관리도 안 했고 모공도 넓은데 이렇게 가까이 들어와도 돼?” 배우의 하소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성훈 기자와 백종헌 사진기자가 촬영 장비를 들고 힘차게 돌진한다. 김성훈 기자는 말한다. “촬영이 끝나고 느낀 것인데 아이폰4는 다른 어떤 카메라보다 인물에 더 가까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6. 본격적인 촬영 장면. 매번 촬영을 끝내고 모니터를 한 뒤 포커스값, 노출값, 색온도를 계속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아이폰4의 가장 성가신 점이다. 한번 촬영을 마치고 나면 아이폰4의 카메라는 무조건 초기 설정으로 돌아가버린다. 현재까지는 이것이 스마트폰영화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다. 촬영을 맡은 김성훈 기자는 테이크가 끝날 때마다 모니터를 했다. “배터리가 빨리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모니터를 꼼꼼히 함으로서 다음 테이크 때 실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7. 다섯 시간 동안 촬영한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주연배우 장영엽 기자는 “함께 연기하는 김도훈 기자의 대사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내 연기를 챙길 시간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사진기자가 나중에 편집을 해야 하니 그런 부분도 생각하며 연기하라고 조언해줬는데, 초짜 연기자로선 어떤 장면이 어떻게 붙을지는 물론이고 당황하는 표정에 변화를 주기도 벅차요. 배우님들, 이 어려운 걸 어떻게 매번 하시나요?”

8. 까칠한 대배우(김도훈 기자)에게 상처받은 장영엽 기자의 좌절을 담은 마지막 장면을 촬영 중. 엔딩 크레딧을 염두에 두고 화면 왼쪽은 공백으로 비워 촬영했다. 원래는 없던 설정이었는데 현장을 찾은 김혜리 기자가 진중하게 제안해 받아들인 신이다(촬영 끝난 뒤 후배들에게 저녁을 산 김혜리 기자는 이 영화의 ‘투자’ 크레딧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9. 촬영이 끝난 뒤 김성훈 기자가 각기 다른 세대의 아이폰에 저장된 원본 소스들을 아이튠즈를 통해 개인 아이패드에 저장했다. 김성훈 기자는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다수의 탕웨이, 엄지원 사진들을 삭제해야 했다.

10. 편집은 ‘ReelDirector’ 어플(사용장비 및 추천 어플 소개 기사 참조)을 이용했다. 편집용으로 많이 알려진 ‘iMovie’는 아이패드용이 따로 출시되지 않았다. ‘ReelDirector’는 간단한 장면 연결부터 시작해 자막, 페이드 인/아웃 효과, 음악 삽입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간단한 영화 작업에 유용하다. 김성훈 기자는 마감이 끝나면 주말을 활용해 제대로 편집 작업에 매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