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컴퓨터할 때요.” “게임하세요?” “아니요. 제 이름을 검색해요. (웃음)” 박한별은 자신의 이름을 자주 검색해본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박한별을 치면 엄청 많은 기사와 저에 대한 정보들이 나오잖아요. 왠지 기분이 좋아져요.” 하지만 그녀가 정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혜지라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혜지는 클럽 죽순이 날라리다. 아는 오빠를 통해 마사지숍을 할인받고, 아는 오빠를 통해 메이크업을 받고, 아는 오빠한테 밥을 얻어먹는 캐릭터다. 그런 날라리가 클럽에서 유명 CF감독에게 캐스팅되어 갑자기 스타가 된다. “완전 마음에 들었죠. 네명의 캐릭터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했어도 단번에 혜지를 골랐을 것 같아요.” 박한별은 혜지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었다. 어쩌면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박한별은 가장 운이 좋은 배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박한별과 혜지는 많이 닮았다. 클럽 죽순이 날라리라는 말은 아니다!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박한별도 갑작스레 스타가 되었다는 뜻이다. “처음에 시나리오 받아봤을 때 혜지가 치는 대사들이 제가 그 상황에서 친구들한테 했던 대사와 똑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혜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에서 혜지의 성공을 바라보는 친구들은 씁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혜지는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갑자기 꿈을 이루었고 그러면서 친구들 사이에 작은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데, 알고 보니 박한별도 친구들과의 이런 서먹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나는 똑같은데 친구들이 나를 연예인으로 보고 선입견으로 실망을 한다거나 이런 부분들, 그런 게 공감이 됐어요.”
박한별은 혜지를 연기하며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도 찾은 것 같다. 2003년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으로 연기를 시작한 박한별은 꾸준히 연기를 해왔지만 박한별 할 때 단박에 떠올릴 수 있을 만한 대표작을 꼽기가 어렵다. 박한별은 극중 혜지의 나이인 24살 때가 “20대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했지만 그때가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젓는다. “여자가 일생에서 가장 빛나는 나이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생각했어요. 나한테 집중할 수 있고, 내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전에는 사실 너무 어리고 방황을 많이 한다면, 20대 후반부터는 어떤 생각도 생기고 개념도 생기는 시기이지 않나요. 다들 나이먹는 게 싫다고 하는데 저는 좋아요. 저는 제 나이를 정말 좋아해요.” 박한별 연기 인생에서의 하이라이트도 지금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지금 현재 그녀의 대표작은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다.
감독이 본 박한별은…
“처음에는 너무 심하게 솔직해서 당황했어요. (웃음)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촬영을 며칠 쉴 때였는데 그 사이 스키장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땐 대부분 그냥 일이 좀 있었어요 이러잖아요. 그런데 스키장 다녀왔다고 꼭 집어서 얘기하니까, 우리 스케줄하고 무관한 것인데도 이거 우리 영화 신경 안 쓰는 건가, 그렇게 서로 좋아서 같이 시작했는데 왜 그러나, 하고 저만 잠깐 오해했었어요. 나중엔 제가 사과했죠. 그런 게 아니었거든요. 한별이는 연기도 마찬가지고 매사 거짓말을 하지 않는 당당하고 솔직한 타입이에요.”박한별이 반한 윤은혜의 연기
“은혜는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에요. 모든 걸 잘해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기도 하니까 저희를 챙겨주려고 하고 타고나기도 남을 잘 챙겨주고 해결해주는 스타일이에요. 미용실에서 넷이 변신을 하는 신이 있는데(저희가 좀 오그라드는 장면이 있어요) 카메라를 거울처럼 생각하고 예쁜 척(양손으로 얼굴 받침을 만들며)을 해야 하는데 진짜 민망해요. 은혜가 제일 처음으로 했는데 너무 잘했어요. 뒤에 해야 하는 저는 엄청 걱정을 했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