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외계인: 폴>에는 사이먼과 닉 콤비, 그렉 모톨라, 세스 로건 말고도 또 하나의 거대한 이름이 존재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다. 사실 70~80년대 할리우드 SF장르를 오마주하면서 스필버그의 영향력을 드러내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쯤에서 스필버그가 감독한 SF영화라고는 <우주전쟁>밖에 모르는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번 정리를 해보자면 스필버그는 B무비의 협소한 카테고리 속에 머무르던 SF장르를 대중적인 장르로 치켜세운 선구자 중 한명이다. 특히 외계인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미지와의 조우>와 <E.T.>를 거론하지 않는 건 목이 떨어져나가야 할 중죄다. 사이먼과 닉 역시 그 시절 스필버그 영화들에 바치는 일종의 경배로서 <황당한 외계인: 폴>의 각본을 썼다. 장르 팬이라면 외계 모선과의 접선지가 <미지와의 조우>의 마지막 무대였던 와이오밍주의 데블스 타워(사진)라는 걸 알아채고는 극장이 떠나가게 박수를 쳐댈지도 모른다. 그렉모톨라 역시 스필버그의 70~80년대 영화들을 참고로 연출했다고 말한다. “스필버그를 그대로 베끼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나 따라 한다고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대결>과 <슈가랜드 특급>을 다시 보며 스필버그가 미국 서남부 풍경을 어떻게 담아냈는지를 참고했고, <미지와의 조우>와 <E.T.>를 다시 보며 내가 처음 그 영화들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었는지 되살렸다.” 스필버그는 <황당한 외계인: 폴>에 직접 목소리 출연을 하기도 했다(<E.T.>의 탄생설화에 대한 기막힌 풍자라는 것 정도만 말하고 넘어가자). 그렉 모톨라는 스필버그의 목소리 연기를 지휘할 때 “너무 긴장해서 ‘액션’을 외치는 것도 까먹었다”고 고백한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사인을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시를 내려달라고 했을때 프로다운 자세로 돌아가 임무를 다할 수 있었다. 내가 스티븐 스필버그를 지도하고 감독한 것이다! 언젠가 내 블로그에 올릴 거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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