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예기치 않게 찾아온 흔들림의 순간 <라스트 나잇>
2011-04-06
글 : 주성철

키라 나이틀리가 마시 태지딘이라는 낯선 감독의 데뷔작에 출연하게 된 건 오직 <더 재킷>(2005) 때문이었다. 마시 태지딘이 시나리오를 쓴 <더 재킷>은 걸프전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잭(에이드리언 브로디)과 오갈 데 없는 그를 자신의 집에 데려온 한 여자 재키(키라 나이틀리)의 이야기였다. ‘예정된 미래’를 다루는 미스터리영화였던 <더 재킷>에 매료된 키라 나이틀리는 시나리오를 쓴 마시 태지딘의 데뷔작을 ‘찜’했다. <더 재킷>과 비교하면 지극히 전형적인 멜로영화지만 <더 재킷>이 정해진 4일이라는 시간 동안 벌어졌던 것처럼 <라스트 나잇>은 하룻밤 만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그 ‘일’이란 바로 불륜의 유혹에 빠져든 한 커플의 고민이다. 키라 나이틀리는 쉽게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복합적인 캐릭터와 만났고, <아바타>와 <타이탄>의 샘 워딩턴은 다소 낯선 현대극 드라마의 매력적인 유부남으로 등장한다. 결국 전형적인 드라마 안에서 새로운 인상을 선보여야 할 것은 바로 그들 배우의 존재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뉴욕 상류층의 커플 조안나(키라 나이틀리)와 마이클(샘 워딩턴)은 우연히 한 파티에 들른다. 거기서 조안나는 마이클이 동료인 로라(에바 멘데스)와 무척 가까운 사이임을 알고 질투를 느끼고 다음날, 두 사람이 함께 출장 가는 것을 알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조안나도 파리에서 출장 온 옛사랑 알렉스(기욤 카네)를 우연히 만나 마음이 흔들린다. 저녁 약속까지 잡고 옛 얘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사랑의 기분에 젖는다. 한편, 마이클은 낯선 출장지에서 로라의 유혹 앞에 혼란스럽다. 그렇게 결혼 3년차 부부는 예기치 않은 일탈의 감정에 휘말린다.

<라스트 나잇>은 기혼 커플의 흔들림이라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순간을 하룻밤이라는 시간 안에 담는다. 더구나 서로 상대방이 없는 장소에서 영영 비밀로 묻어둘 수 있는 상황까지 맞는다. 중요한 것은 딱히 권태기에 빠져든 나이 지긋한 커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더 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커플의 욕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클은 순간적으로 아내보다 더 관능적이고 사려 깊은 상대의 매력에 빠져들고, 조안나는 잃어버린 작가의 꿈을 다시 건져 올려준 알렉스에게 고마워한다. 하지만 ‘밤’이라는 시간이 가져다주는 해방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선택의 결과는 각자 책임져야 하는 것. <라스트 나잇>은 바로 그 선택의 공허함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나 두 젊은 배우는 그런 감정을 소화하기엔 많이 아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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