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조디 포스터처럼 되고 싶어
2011-06-14
글 : 김도훈
<슈퍼 에이트> 출연한 엘르 패닝 인터뷰

엄청난 명성을 지닌 배우의 동생으로 산다는 것. 행운이기도 하고 비극이기도 하다. 맏이의 명성에 짓눌려 기를 못 펴고 성장했던 수많은 아역배우들을 한번 떠올려보시라. 물론 이건 엘르 패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소리다. 다코타 패닝의 4살 어린 여동생인 엘르 패닝은 지난해 소피아 코폴라의 <섬웨어>를 통해 언니의 그림자를 완전히 집어던졌다. 게다가 엘르 패닝은 언니보다 자라는 속도도 빨라서 13살의 나이에 이미 170cm를 훌쩍 넘겼다.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며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즐겁게 답했다. “<슈퍼 에이트> 찍을 때보다 7cm나 더 컸다. 이젠 언니보다 더 크다. 너무 빨리 커서 무릎이 아프다!”

-이번 싱가포르 정킷은 혼자 온 건가? 아니면 가족이 함께 왔나.
=할머니와 함께 왔다. 할머니는 나를 담당하고, 엄마는 언니를 담당하며 촬영장과 홍보 행사를 함께한다. 우리 자매가 같은 기간에 동시에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웃음)

-처음으로 <슈퍼 에이트>의 대본을 읽었을 때 어떻게 반응했나.
=이미 캐스팅이 되고나서 대본을 접했다. J. J. 에이브럼스는 아역배우들을 모두 테이블에 앉혀놓고 동화책을 읽어주듯이 큰 목소리로 대본을 낭독했다. 우리 모두 오랫동안 침묵에 빠진 다음… 비명을 서로에게 막 질러대기 시작했다.

-앨리스라는 캐릭터는 실제 엘르 패닝과는 다르다. 강하고 약간 어둡고. 어떻게 준비한 건가.
=앨리스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 나 역시 강한 편이고, 남자애들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리허설도 많이 했고, 또 J. J. 에이브럼스는 배우들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를 너무 잘 안다.

-앨리스와 아버지의 관계는 영화에서 완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리허설을 하면서 앨리스의 역사를 미리 결정했다. 앨리스는 엄마 없이 어린 시절부터 오하이오의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했고, 또래보다 훨씬 빨리 조숙했다. 영화에서 아이들과 슈퍼 8 카메라로 영화를 찍으면서 앨리스는 비로소 아버지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동용 영화가 아니라 조금 진지한 독립영화나 아트하우스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슈퍼 에이트> 같은 거대한 상업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다.
=<섬웨어>는 정말 작은 영화였다. 스탭도 몇명 없었다. 무엇보다 소피아는 정말로 조용조용 이야기한다. (웃음) <슈퍼 에이트>는 정말로 컸다. 스탭도 엄청 많았고, J. J는 심지어 확성기를 손에 들고 소리를 질러댔다. (웃음)

-전혀 다른 영화이니만큼 역할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랐나.
=놀랍게도, 같았다! 나는 항상 캐릭터에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맡은 역할이나 영화에 대해 언니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가.
=그다지 많이 하진 않는다. 물론 우리는 둘 다 배우니까 어떤 강력한 유대감을 느낀다. 언니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이 직업을 갖게 됐다. (웃음) 특히 언니가 할리우드에서 연기하고 성장하는 걸 봐온 게 이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녀는 배우를 하면서 학교도 열심히 다니는데, 그걸 보면서 연기와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법도 배웠다. 나는 일주일에 발레를 5일 배우고 노래 학원에도 다닌다. 영화는 그중 하나다. 사실 발레야말로 지금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힘든 일이다. 연기는 오히려 발레보다 자유롭다. (웃음)

-재미있는 건 자매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연기 방식과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다코타가 스스로를 통제하는 듯한 배우라면 엘르는 좀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듯한 배우다.
=맞다! 성격도 딱 그렇게 다르다. 내가 신이 나서 막춤을 추거나 하면 언니는 “그만해! 부끄러워죽겠어!”라고 다그치는 타입이다. (웃음)

-요즘은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훌륭하게 성장한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롤모델로 삼는 배우가 있나.
=조디 포스터! 그녀는 아마도 대부분의 내 세대 아역배우들에게 롤모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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