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를린] 전설의 영화를 만나다
2011-06-15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최신 복원판 독일 전역에서 상영
<메트로폴리스>

마침내 독일 관객은 전설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최신 복원판이 5월 중순부터 독일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메트로폴리스> 오리지널 프린트의 복원 사연은 극적이다. 지난 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박물관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영화의 30분 분량의 원본이 나타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영화계만이 아닌 독일 전체의 경사였다. 수많은 공을 들여 살려낸 복원판은 지난해 제6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첫선을 보였다.

<메트로폴리스>의 각본은 랑의 부인 테아 폰 하르부가 썼다. 랑이 미국 여행을 다녀온 뒤 영감을 받아 표현한 영화 속 미래도시는 현대 대도시의 모습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당시 프리츠 랑이 쏟아부은 제작비는 총 600만마르크였고, 촬영 기간은 꼬박 1년 반, 분량은 모두 380시간 분이었다. 지금 남아 있는 <메트로폴리스>는 그 엄청난 자료로부터 겨우 1/148 분량만을 편집한 것이다. 이런 투자의 결실로 역사상 길이 남을 전설의 영화가 탄생했지만 당시 영화 제작사였던 우파(Ufa)는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1927년 독일 개봉 당시 <메트로폴리스>는 너무 시대를 앞서간 이야기였는지 흥행에서 참패했다. 이 때문에 영화의 4분의 1을 삭제, 편집한 미국 개봉 버전이 태어났다.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선 미국 편집판 <메트로폴리스>를 처음 선보였고, 영화로서는 최초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2008년 사라진 삭제 부분 필름을 발견하면서 할리우드판이 아닌 프리츠 랑의 원판이 거의 복원된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버전은 얼마나 다를까? <메트로폴리스> 복원을 담당했던 무르나우 재단은 홈페이지에 “이야기의 틀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줄거리가 더 매끄러워졌다”고 설명한다.

<메트로폴리스>에서 착취 계급과 착취당하는 계급이 극명하게 나뉜 미래도시의 이름이다. 착취 계급은 비현실적으로까지 행복해 보이는 파라다이스에 살고, 노동자 계급은 감옥 같은 지하세계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린다. 도시 지배자의 아들 프레더가 지하세계에 사는 성녀 마리아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힌다. 무르나우 재단의 마틴 쾨르버는 “오늘날 관객에게 이 영화가 매혹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 요소가 섞여 있는 포스트모던적인 양식 때문일 것이다. 초기 기독교부터 미래주의까지 여러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후대 대중문화에 큰 영향

독일영화박물관 라이너 로트 관장이 말하는 <메트로폴리스>

-복원판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첫 개봉 때 베를린에서 원본을 선보인 뒤 수십년간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복원판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문화사적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당시 어떻게 그런 스펙터클이 넘치는 영화를 찍을 수 있었을까.
=당시 우파 영화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영화사로 건축가, 음악가 등 수많은 인재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었다. 그때는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요즘 관객은 <메트로폴리스>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깊은 인상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요즘 기술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지만 당시 기술로도 요즘 관객이 봐도 손색없는 효과를 낸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한 후대 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또 영화 <메트로폴리스>와 관련된 장면이 마돈나의 뮤직비디오(<Express Yourself>)에도 나온다. 영화 <메트로폴리스>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프리츠 랑은 영화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장 뤽 고다르가 예찬한 것처럼 프리츠 랑은 세계 영화사의 위대한 감독이다. 독일 감독 중에서 꼽으라면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에 필적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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