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편의 이소룡 영화가 도착했다. 이미 1995년 TV시리즈 <정무문>에 이소룡으로 출연하고 <신당산대형>(1998)의 연출과 무술지도, 주연까지 맡았던 견자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연걸과 주성치를 포함해 홍콩영화계의 남자배우들 중 그 누가 안 그렇겠냐만 견자단 역시 평소 입버릇처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 선배가 바로 이소룡이다. 더구나 최근 엽위신의 <엽문> 시리즈를 통해 이소룡의 스승인 엽문까지 연기하면서 모두의 ‘적자’ 인증을 받았다. 그러고도 허기가 차지 않았는지 그는 다시 이소룡에 도전했다. 이연걸의 <정무문>(1994) 등을 봐도 알 수 있듯 역시 이소룡의 대표 캐릭터인 ‘진진’에 도전하면서. 말하자면 그 스스로 이소룡 후계자 논쟁의 종결자가 되길 원했던 건 아닐까.
정무문의 후계자 진진(견자단)은 중국 노동참전군 15만과 함께 세계대전의 프랑스 전선에 파병된다. 그는 맨몸으로 독일군에 맞서 활약하지만 그들 모두 전사자로 기록되고 그로부터 7년 뒤, 1925년 상하이의 사교클럽 카사블랑카에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나타난 진진으로, 클럽의 사장(황추생)과 가수(서기) 사이에서 사업가 행세를 한다. 그러던 그가 밤에는 검은 가면을 쓰고 천산흑협으로 변신해 일본군의 암살 테러에 맞서 싸운다. 하지만 일본군의 살생부가 공개되면서 테러는 더욱 심해지고 진진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이소룡의 오리지널 <정무문>(1972)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힘차게 날아오르며 프리즈 프레임으로 끝났다. 모두 그의 최후라고 생각했지만 유위강과 견자단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계속 살아남아 활약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정무문: 100 대 1의 전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은 거기 있다. 거기에는 이소룡의 진짜 후계자로 인증받으려는 견자단의 몸부림이 있다. <정무문>을 따르되 <그린 호넷>의 이미지까지 끌어오려 한 것은(이 영화의 원제가 바로 그 둘을 멋지게 조합한 <야행협진진>이다) 동갑내기 라이벌 이연걸이 <정무문>에도 출연했지만 이인항의 <흑협>(1996)에서도 이소룡을 카피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그로서는 1타 2피의 쾌감이다.
게다가 이소룡의 전매특허인 쌍절곤과 괴조음도 흉내내고 <도화선>(2007)으로 대표되는 그 특유의 근접격투기술도 총망라된다. 어쩌면 일대일과 일대다 대결 모두에서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견자단의 테크닉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어쨌건 견자단으로서는 더이상 이소룡의 그림자를 배회하지 않아도 되는 확고한 출사표다. 이소룡의 스승 엽문도 연기했고 게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소룡의 남은 생도 그가 이어가고 있으니 그에 대해 더이상 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견자단에게 고맙다. 이소룡 팬들 사이에서 이소룡의 생존설이 회자되는 것처럼 진진의 생존설도 이처럼 흥미로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