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객을 동원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점쟁이도 아니고. (웃음)” 강형철 감독은 전작 <과속스캔들>이 8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난 뒤 이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잊었다고 한다. <써니>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새로운 각오로 신작에 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이유도 있다. 어쨌거나 그는 3년 동안 <써니>를 준비했고, 영화는 지난 5월4일 개봉해 현재까지 50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강형철 감독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총 관객 수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6월17일 제작사 토일렛픽쳐스에서 강형철 감독을 만나 미리 소감을 들었다.
-현재 감독판 <써니>의 후반작업 때문에 많이 바쁘다고 들었다.
=개봉 전 몇 장면 때문에 심의 결과가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왔다. 나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문제가 되는 장면을 삭제해 15세 관람가로 개봉한 뒤 영화가 흥행하면 원래 버전으로 다시 개봉하자고 약속했다.
-그 몇 장면이 추가된다는 건데 어떤 장면들인가.
=자잘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들어간다. <써니>를 좋게 봐주신 관객은 어디에 어떤 장면이 추가됐는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음) 러닝타임은 10분 정도 늘어날 것 같고, 7월쯤 감독판 <써니>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써니>의 어떤 면이 관객에게 재미를 줄 거라고 생각했나.
=글쎄, 만드는 사람으로서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다. 웃기려고도 안 했고. 물론 중간중간 코미디 플롯이 있지만 ‘이때 웃겨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배치한 건 아니다. 내가 찍고 싶고, 보고자 했던 것들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은데, 과거 장면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관객 누구나 극중 인물처럼 자신의 역사를 가지고 있잖나. 그걸 관객이 많이 공감해준 것 같다. 특히 중·장년층이 말이다.
-현재 장면과 과거 장면의 물리적인 비중은 반반이지만 관객은 과거 장면을 보면서 많이 즐거워하는 것 같더라.
=의도했던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오히려 관객이 현재 장면에서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관객이 과거 에피소드를 더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현재 에피소드에 비해 정서나 감정이 훨씬 더 풍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1980년대라는 시대를 꺼낸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1980년대’, ‘복고’ 이런 걸 그리려고 했던 건 아니다. 하고 싶었던 건 ‘40대 여성들의 인생과 그 아이러니함’이었고, 그걸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1980년대라는 시대를 만난 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팝, 가요 등 귀에 익숙한 음악을 극에 많이 활용했다.
=예전부터 좋은 음악 하나가 대규모의 액션신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해왔다. 언젠가 감독이 되면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1980년대는 팝 시대다. 그만큼 음악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선곡의 경우, 음악을 영상에 단순히 덧붙이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음악이 영상에 진득하게 달라붙길 원했다. 나머지 스코어 음악은 선곡과 잘 어울리는 느낌으로 만들었다.
-춘화(진희경)가 돈으로 친구들간의 관계를 복원하는 장면, 어른 써니 멤버들이 왕따를 당하는 나미(유호정)의 딸을 위해 폭력으로 복수를 되갚는 장면 등을 예로 들면서 영화가 가진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는 평도 있다.
=<씨네21>의 비평 꼭지를 본 것 같다. 그 장면들을 다시 찍으라고 해도 지금과 똑같이 찍을 거다. 정말 의도했던 건 현재 이 아줌마들에게 우리 한때 잘나갔어 하는, 일종의 무용담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춘화나 나미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돈을 많이 가졌지만 그걸 이용해 친구들에게 수직적으로 대하지는 않잖나. 엔딩 장면에서 춘화가 돈으로 친구들을 돕는 장면이 전혀 천박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써니 멤버들이 다시 뭉치는 것이다.
-최종 스코어를 예상한다면.
=원래 이번 작품은 흥행에 부담감이 전혀 없었고,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500만명을 넘었으니까 최종 스코어는 550만명 정도 되지 않을까.
-차기작이 궁금하다.
=아직은 차기작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라서. 과로도 겹쳤고.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 한다. (웃음) 세 번째 영화가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드라마, 휴먼코미디가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