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판.판]
[강병진의 판판판] 철 지난 브랜드라 생각했는데…
2011-09-19
글 : 강병진
추석 극장가 승자 된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 조폭 코미디 부활의 신호탄 될까?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

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이하 <가문의 영광4>)이었다(<최종병기 활>의 멈추지 않는 기세는 기본 전제로 두자). 9월14일 현재, <가문의 영광4>는 전국에서 약 180만 관객을 동원했다.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푸른 소금>과 강풀의 원안을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통증>, 흥행보증배우 차태현의 <챔프>가 경쟁작이었지만 결국 ‘가문의 영광’이라는 브랜드가 관객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공개 뒤에 쏟아진 혹평에 비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아니, 이미 시효가 다한 브랜드인 줄 알았다. 이름값을 놓고 볼 때도, 다른 경쟁작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그처럼 의외의 흥행작이 많았던 해다. 지난해 연말의 승자는 <헬로우 고스트>였다. <황해>와 <라스트 갓파더> 틈에서 이뤄낸 흥행이었다. 올해 설날 연휴에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을 제치고 흥행했다. 이번 여름 시즌도 마찬가지다. <퀵>과 <고지전> <7광구>가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병기 활>은 관심권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던 영화였다. 하지만 <헬로우 고스트>와 <가문의 영광4>를 투자 배급한 NEW의 장경익 이사는 “그 관심이 누구의 관심이었을까?”라고 반문한다. “어디까지나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인 거다. 영화의 규모와 배우, 감독의 지명도 등을 놓고 이 정도면 된다는 식의 편견이 많은 것 같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에 비해 관객의 관심은 보다 넓을 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증폭되는 성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투자 단계에서 <가문의 영광4>는 잘 차려진 밥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런 유의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 있고, 특히 명절에는 가족들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객은 내용이든 배우든 좀더 따뜻하게 봐주는 경향이 있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 이번에도 기자란 직업의 한계를 경험했다. ‘가문’이란 두 글자에 눈을 감았지만 관객은 오히려 눈여겨보고 있었다.

<가문의 영광4>의 흥행으로 코미디에 대한 관객의 애호와 그들의 폭넓은 관심이 입증된 현재, 영화 관계자들은 옛 영웅들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듯 보인다. <달마야, 서울 가자>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등 한 시절을 풍미한 대표 코미디 시리즈들이 재등장할 경우의 흥행 가능성을 점쳐보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대표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되, 30억원 안쪽의 제작비로 만들 수 있다면 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3편 모두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 비해 이 영화들에는 더욱 정교한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것이다. 장경익 이사는 “마케팅적으로 소통하는 지점이 보이는 건 중요한 포인트지만 새로운 컨셉의 무언가가 없다면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트렌드인 프리퀄을 접목해보는 건 어떨까? 조폭마누라가 조폭의 우두머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달마야, 서울 가자>의 스님들은 2편에서 서울을 찍었으니, 3편에서는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를 가도 될 것 같다. <두사부일체>의 조폭선생이 교육감이 된다는 설정은 또 어떨까. 지금의 관객이어도 분명 관심을 보일 것이다. 굳이 조폭코미디의 열풍을 다시 보고픈 생각은 없지만, <공공의 적>의 강철중을 제외한다면 한국 코미디영화 사상 조폭만한 캐릭터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