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촌> The Cardboard Village
에르마노 올미 | 2011년 | 87분 | 월드 시네마
에르마노 올미는 현존하는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감독 중 가장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가톨릭 영화인인 그의 작품 세계 60여년을 관통하는 주제는 신과 종교다. <판자촌> 역시 이런 올미의 관심이 반영된 작품으로,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들을 성당에 받아들인 사제의 일화를 다룬다.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 50년간 같은 자리에 있었으나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성당의 철거가 결정된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크레인에 묶여 끌려내려오자 사제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새 신도가 생긴다. 몸둘 곳을 찾아 마을을 헤매던 불법이민자들은 성당 안에 새 보금자리를 튼다. 다양한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판자촌>은 단순히 성당 안의 사람들을 선으로, 외부인들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예수의 제자 중에도 유다같은 자들이 있었듯 불법이민자들 사이에도 삶에 대한 분노로 인해 선을 악으로 갚는 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삶의 아이러니조차 담담한 시선으로 조명하는 올미의 카메라는 종교와 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