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새로운 나를 꿈꾸며
2011-10-10
글 : 이화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무협> 금성무

<퍼햅스 러브> <명장>에 이어 마침내 <무협>까지 이르렀다. 금성무는 지금 진가신 감독의 세계를 구성하는 얼굴이다. 뮤지컬 영화의 ‘법석’ 속에서도 <첨밀밀>의 섬세한 감정을 놓치지 않았던 이가 진가신 감독이었다. 운명적 사랑에 사로잡힌 <퍼햅스 러브>의 지엔과 목숨을 구해준 이를 위해 신의를 지키는 <명장>의 칼잡이 강오양. 전형성 안에서도 그들은 겹겹의 모습을 갖춘 캐릭터다. 사극이라고 달라질 리 없다.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둘러싼 <무협>에서 금성무는 살인자 리우(견자단)에 맞서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 바이쥬를 연기한다. 과학적 수사관이라면 가져야 할 1차적인 성격 아래로 그는 병적으로 예민한 남자의 히스테릭한 면모까지 더불어 표현한다. 조각 같은 금성무의 외모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는 캐릭터. 진가신 감독조차도 ‘같은 다케시라도 이건 가네시로(금성무의 영어이름은 가네시로 다케시다)가 아닌 기타노 다케시가 했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대본을 받고서 왜 감독님이 나를 찾았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바이쥬는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 인물이었다.” 

해답은 의외의 곳에서 찾아졌다. 진가신 감독은 그에게 바이쥬에게 영화의 촬영지인 운난성에서 통용되는 사천성 사투리를 입히자 제안했다. 기존의 금성무를 떠올린다면 도출되지 않을 것 같은 투박하고 구수한 사투리가 곧 그에게 장착됐다. “바이쥬는 사건 앞에서라면 뭐든 꼬치꼬치 캐묻고 파고드는 성격의 사람이다. 사람들이 딱 싫어할 만한 그런 캐릭터다. 바이쥬를 그리자면 기존에 내가 했던 부드럽고 멋있는 캐릭터와는 작별해야 했다.” 현장에서 그는 사천 출신 스탭에게 대본을 읽어달라고 하며 말투와 억양을 하나하나 익혀 나갔다.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 무술감독이자 상대배우로 연기한 견자단을 보면서도 그가 되새긴 점이 많다. “촬영이 고된 날이 많았다. 견자단에게 고생 많다고 하면 ‘우리 둘 다 힘든 팔자다’라고 웃어 보인다. 그렇게 힘들면서도 그는 액션 팬들이 요구하는 걸 세심하게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점들이 내게 대단해 보였다.”

중국영화가 점차 블록버스터화 되고 새롭게 시도할 것들이 많은 요즘. 배우로서 금성무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요즘 영화계는 투자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투자자가 서구권이고 그들이 쿵푸를 원한다면 그걸 들어줄 수 있다. 시작은 쿵푸지만, 그걸 매개로 점차 한중일에 다른 요소들도 있다는 걸 그들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런 기회를 알릴 수 있는 게 바로 지금 중국영화의 숙제이자, 본인의 도전지점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중국 본토 배우들과 연기 기회가 많아졌으니 언어를 배우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내가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인연이다. 어떤 시나리오라서가 아닌 어떤 감독과 일할 지 고려해서 영화를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진가신 감독과의 이번 작업이 특히 즐거웠다는 그.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그런 현장을 위해서 그는 항상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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