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Interview: 슈거 레이 레너드 · 휴 잭맨 · 숀 레비
2011-10-18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슈거 레이 레너드와 휴 잭맨(왼쪽부터).

Interview (1) 로봇과 경기하라고? OK!

복싱 컨설턴트 슈거 레이 레너드

-어떻게 <리얼 스틸>의 복싱 컨설턴트로 참여하게 됐나.
=제작자 스테이시 스나이더가 내 의중을 물었을 때, 내게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었고, 그 뒤에야 영화를 이해했다. 내 역할은 휴 잭맨을 복서처럼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의 복싱장면들이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책임이 컸다. 주먹을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주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포함됐다. 그리고 찰리와 아톰의 관계에서는 말하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다음 전략을 알리고 알아차릴 수 있는 코치와 복서의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원했다.

-로봇 복싱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나.
=20~30년 뒤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복싱에 대한 인기가 사라진 거나 다름없는 지금 이 시점에 나왔다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MMA나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대중을 보면 사람들이 링 위에 오른 파이터들에게 원하는 것이 액션, 카리스마, 퍼스낼리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싱이 이렇게 된 데는 더이상 챔피언이 되려고 하지 않는 복서들의 문제가 크다. 지금의 복서들은 돈을 위해서만 경기한다. (당신이라면 로봇과 경기할 수 있나?) 물론이다. 농담이다. (웃음)

-<리얼 스틸>은 당신에게 특별한 영화인가. 어떤 의미를 지닌 영화인지 궁금하다.
=이 영화는 복서가 아닌 복싱 컨설턴트로서의 나의 커리어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건 그러니까 지속성에 대한 문제다. 이 영화가 나의 유산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의 경력이 될 것이다.

Interview (2) 슈거 레이 레너드 때문에 겁먹었지만

찰리 켄튼 역의 휴 잭맨

-로봇 모델을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나와 다코타 모두 처음 로봇을 보았을 때 찍힌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보면 42살이나 11살이나 똑같이 11살처럼 놀라워한다. 특히 ‘아톰’과 ‘노이지 보이’는 실사와 모셥 캡처로 촬영했기 때문에 블루스크린 앞에서 CG로 만들어진 로봇을 상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좋았다. 걷고 관절을 움직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로봇을 보는 건 영화라는 걸 알면서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슈거 레이 레너드가 복싱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겁먹었다. (좌중 웃음) 농담이고, 정말 상냥하고 멋진 사람이어서 그와 있는 매 순간이 즐거웠다.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스포츠팬이었는데, 특히 복싱을 좋아했다. 그래서 슈거 레이와 함께 일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오오, 네가 진정 뭔가를 해냈구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영화의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를 담당하는 마지막 장면은 슈거 레이와 내가 정말 노력한 부분이다.

-<리얼 스틸>은 <록키> 같은 면이 있다.
=이 영화는 <록키>가 대표하는 장르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분명히 있는 영화다. 어린 세대를 위한 <록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기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열세인데 스러지지 않는 아톰을 두고 ‘피플스 챔피언’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리얼 스틸>에 출연하기로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는 점. 내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리얼 스틸>이 나와 아이, 그리고 아버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다. 그 점이 참 좋았다.

Interview (3) 나 스필버그한테 찜 당한 남자

감독 숀 레비

감독 숀 레비는 인터뷰 자리에서 <리얼 스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Heart’라는 말을 유독 많이 썼다. “<리얼 스틸>은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로봇, 아버지와 로봇의 세 관계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Heart가 필요했다.” 2016년 뉴욕에서 열렸던 월드로봇복싱의 로고가 새겨진 가짜 빈티지 티셔츠와 제우스, 아톰이 각각 그려진 운동화를 선물로 받았다며,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 최고!”라던 감독은, 자신감과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스필버그가 당신을 골랐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흥분된다. 전화기 너머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라고 했을 때의 기억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스티븐은 이 영화에서 내가 이전에 해보지 못한 영역을 자유롭게 시도해보도록 지원해줬다. 영화감독이라면 꿈꾸는 멘토십이었다. 내가 전화해서 도움을 구하면 그는 언제고 찾아와 내 의견을 들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직을 수락한 전후로 대본이 많이 달라졌나.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 역시 로봇 복싱을 하는 부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완성된 영화와 같지만 감정적으로 충만하다고 할 수 없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로봇 복싱을 통해서 서로를 되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찰리가 복서로서 자신을 되찾는 클라이맥스를 원했고, 그것을 지켜보는 아들이 필요했다. 스티븐과 만났던 첫 피칭에서 결말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말했고, 그대로 영화로 만들 수 있었다.

-복싱장면을 찍으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로봇 복싱 장면이지만 진짜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선택했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하는 대신에 모셥 캡처용 의상을 입은 복싱선수와 액션배우들이 풀스피드, 폴파워로 장면을 촬영한 뒤에 로봇 디자인을 입혔다. 그리고 슈거 레이 레너드를 복싱 컨설턴트로 초대했다. 그는 시나리오에서 내가 보았던 고전 복싱영화의 요소를 좋아했고, 그 덕분에 함께 작업하기도 수월했다. 슈거 레이의 팬이라면 아톰의 경기장면에서 그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디자인은 어떻게 고안했나.
=나와 로봇 디자인을 총괄한 로브 마이어와 7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했다. 디자이너 한명이 하나 이상의 로봇을 디자인하지 않도록, 그래서 각각의 개성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 보았던 로봇들과도 다르기를 바랐다. 이 로봇들은 트랜스포머가 아니다. 사람이 디자인했고, 사람이 만들었으며, 사람이 움직이는 로봇이어야 했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아톰의 디자인에 조언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우리는 아톰의 얼굴에 이목구비를 표현하는 대신에 마스크 뒤에서 두개의 눈에 불이 들어오도록 디자인했다. 그리고 그게 위험한 결정이라는 걸 알았다. 영화에서 사람과 가까운 로봇인데 얼굴이 없다니! 한데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을 로버트 저메키스가 심어줬다. 스크린을 마주보는 관객이 텅 빈 아톰의 얼굴에 감정을 투영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

-좋아하는 복싱영화, 로봇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나.
=로봇영화보다는 복싱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마틴 스코시즈의 <분노의 주먹>, 프랑코 제피렐리의 <챔프>, <록키> 시리즈 전체가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나의 유년기에 영향을 미쳤다. 나는 영웅담을 사랑했고, 그 영화들이 관객을 감정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을 좋아했다. 나는 편하게 기대앉아 로봇 액션을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로봇영화 중에 좋아하는 영화는 <월E>와 <아이언 자이언트>다.

-속편에 대한 논의가 있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을 보니 속편에 대한 루머가 많더라.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미 스크립트가 완성된 상태다. 지난 두달 동안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사전 시사회에 초대했는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나와 작가에게 스크립트 작업을 주문했고 완성시켰다. 그러나 개봉관에 관객이 들지 않는다면 속편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가 당신의 경력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리얼 스틸>이 아직 개봉 전인데 <판타스틱 보이>와 <프랑켄슈타인>의 감독 자리를 제의받았다. 이 두편 모두 코미디가 아니다.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코미디를 다시 연출하겠지만 <리얼 스틸>은 내가 코미디 말고도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관객이 많이 본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 영화 자체가 내게는 엄청난 경험이었고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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