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견자단과 '레전드' 왕우의 대결을 볼 수 있는 본격 무협영화 <무협>
2011-11-16
글 : 주성철

청나라 말기, 중국 서남부의 한 마을. 평범한 종이 기술자 진시(견자단)는 어느 날 마을에 찾아온 강도를 우연히 처리하게 된다. 시체를 부검하던 수사관 바이쥬(금성무)는 평범한 촌부인 진시의 실력을 눈여겨보고 그 실체를 파헤치려 한다. 치밀하게 사건을 재구성해보는 바이쥬는 결국 진시가 오래전 사라졌던 살인마 중 하나라 굳게 믿고 그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려고 한다. 이로 인해 진시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고, 마침내 그 아버지의 조직인 72파 무리들이 마을에 들이닥친다.

<무협>은 장철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1967, 원제 <독비도>)의 리메이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리메이크작인 <서극의 칼>(1995)과 비교하면, 나중에 외팔이가 된다는 설정은 같지만 무도관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더구나 관찰자로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수사관의 존재, 정체를 숨긴 남자라는 설정에서 거의 독자적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협>은 장철의 <금연자>(1968)부터 최근 양자경의 <검우강호>(2010)에 이르기까지 속세를 떠난 고수를 굳이 강호로 끌어내려는 무협영화 특유의 컨벤션이 중심축을 이루는 영화다.

다만 추리소설의 구조와 접목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바이쥬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서, 진시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핵심은 견자단이다. <엽문2>(2010)에서 옛 장철 영화의 배우 라망과 성룡 영화의 단골 악역이었던 풍극안과 원탁 대결을 벌이고 홍금보와도 호흡을 맞췄던 그가 이제는 과거 쇼브러더스 스튜디오의 ‘레전드’(요즘처럼 상투적으로 ‘레전드’라는 표현을 쓰는 세태 안에서도 진짜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왕우와 혜영홍과 합을 겨룬다. 거의 10년 가까이 영화계를 떠나 있던 ‘오리지널 외팔이’ 왕우의 등장은 감동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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