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테일러 로트너] 화려한 결혼식, 달콤한 첫날밤…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
2011-11-28
글 : 안현진 (LA 통신원)
개봉 앞둔 <트와일라잇> 시리즈 <브레이킹 던 part1>의 주연 3인을 만나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는 황혼과 초승달이 뜨는 저녁, 달이 태양을 삼키는 일식을 지나 새로운 새벽이 온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스테파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 4부작 중 마지막 권의 전반부를 영화화한 <브레이킹 던 part1>이 2011년 11월, 전세계 1억2천만 팬들과 극장에서 만날 준비를 마쳤다. 책과 먼저 사랑에 빠진 뒤 스크린과 또 한번 사랑에 빠진 <트와일라잇>의 진지한 팬들이 목하 기다려온 바로 그 새로운 새벽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터 로트너가 예의 벨라, 뱀파이어 에드워드, 늑대인간 제이콥으로 돌아오고 캐서린 하드윅, 크리스 웨이츠, 데이비드 슬레이드에 이어 <드림걸즈> <킨제이 보고서>를 만든 감독 빌 콘돈이 메가폰을 잡았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원작의 마지막 편을 두편으로 나누어 개봉한 전철을 따라, <브레이킹 던 part1>은 2011년 11월로, <브레이킹 던 part2>는 정확히 1년 뒤인 2012년 11월로 각각 개봉을 정한 상태다.

햇빛 아래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각인’을 통해 운명의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되는 늑대인간 제이콥, 그리고 이토록 로맨틱한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 벨라. 세 주인공 사이의 삼각관계와 종족간의 갈등을 씨줄과 날줄 삼아 이야기를 이끌어온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브레이킹 던 part1>에 이르러 커다란 매듭을 맺는다. 바로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이다.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청첩장이 벨라와 에드워드의 지인들에게 배달되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사전제작단계에서부터 누가 감독을 맡을 것인가, 한편으로 개봉할 것인가를 두고 루머가 끊이지 않을 만큼 극성스러울 정도의 관심에 시달렸다. 소피아 코폴라, 구스 반 산트 등 유명한 감독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주목을 끌었고 스틸, 예고편 동영상 등을 저장한 제작팀의 하드드라이브는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서너번 유출되기도 했다. 결혼식 장면을 촬영할 때는 벨라의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엿보려는 헬리콥터 파파라치가 촬영장 상공을 기웃거렸고, 촬영장 주변의 호수에는 잠수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배치됐다.

“R등급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의 원인은, 바로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나올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 그토록 염원했던 허니문, 그리고 허니문 베이비 레네즈미의 탄생 장면 때문이다. 이 장면들은 원작 소설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했던 장면들로, 자간과 행간을 무한한 상상력으로 채우며 영화를 기다렸던 팬들이 페이스북 팬페이지와 블로그에 “이 영화만큼은 PG-13등급이 아닌 R등급이 되어야 한다”며 성토할 정도였다. 특히 혼전순결을 지켜왔던 커플의 첫날밤보다도, 피를 토하는 벨라의 고통이 전해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었던 아기의 탄생 장면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 팬 대부분이 18살 미만의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R등급은 제작사에서 따르고 싶지만 따를 수 없는 조건이었음은 확실했다. 그런 점에서 빌 콘돈 감독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수년 전 <킨제이 보고서>를 만들며 미국영상등급위원회의 기준을 확실하게 배운 콘돈 감독은, 첫날밤 장면에서 두 장면을 삭제하고, 출산 장면은 벨라의 시점에서 그려내는 것으로 심의를 무사히 통과했고 PG-13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를 먼저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결혼식 장면은 화려하고, 밤바다에서의 첫날밤은 건전하게 달콤하며, 출산 장면은 그럼에도 끔찍하다. 물론 이 장면들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기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결혼식과 허니문 장면은 어찌 보면 팬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역경을 딛고 결혼에 골인한 컬렌 부부의 신혼이 달짝지근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게, 그리고 약간은 웃기게 그려진다. 하지만 벨라의 임신으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달콤한 분위기를 180도 전환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임신은, 커플의 미래는 물론이고 간신히 평형상태를 이룬 뱀파이어 컬렌가와 늑대인간 퀼렛족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위협은 벨라 스스로에게 닥친다. 일반적인 태아와 달리 뱀파이어의 세포에서 태어난 태아는 벨라의 육신을 양분 삼아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 벨라의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음식도 물도 입에 댈 수 없는 벨라는 하루가 다르게 병색이 완연해지고 흙빛 피부, 움푹 팬 눈두덩과 볼, 튀어나온 쇄골은 시체를 연상시킨다. 산 송장이나 다름없는 벨라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혈액을 소다컵에 담아 빨대로 빨아 마시는 장면은 출산 장면보다도 그로테스크하다. “지금까지 벨라와 에드워드를 가로막았던 장벽이 외적 요소들이었다면, <브레이킹 던 part1>의 가장 큰 난관은 그들 스스로에게 닥친 현실이다.” 빌 콘돈 감독은 그가 연출한 이번 편이 지난 영화 세편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또 재촬영이 남아 편집을 시작하지 못한 <브레이킹 던 part2>에 대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온 뱀파이어 등이 출연해 전편들의 이야기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 소개될 거라며 자신감과 기대를 드러냈다. 물론 여전해서 반가울 만한 부분도 있다. 에드워드에게는 사랑을 주고, 제이콥에게는 사랑을 받는 벨라의 연애 기술은 결혼식과 임신을 겪으면서도 계속된다. 임신한 벨라의 목숨이 위협을 받자 제이콥은 늑대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원수인 컬렌가와 손잡고 벨라와 아기를 보호하려고까지 하니, 늑대청년의 지고지순한 해바라기 사랑 수치로도 <브레이킹 던 part1>은 시리즈 중 최고를 기록할 듯하다.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 촬영장에 동행

<브레이킹 던>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그 뒤 루이지애나, 밴쿠버, 캐리비안 해협의 세인트 토머스 아일랜드 등에서 <part1>과 <part2>가 동시에 촬영됐다. 로케이션의 대부분은 캐나다였는데 늦가을에 크랭크인한 이유로, 아이러니하지만 영화의 처음을 장식하는 결혼식 장면은 따뜻한 날씨를 기다리며 가장 마지막으로 촬영이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날씨와 보안 때문에 미루어지기는 했지만, 거의 1년을 합숙하다시피 한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결혼식은 쫑파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컬렌가의 뱀파이어들을 연기한 배우들이나 퀼렛족의 늑대인간들을 연기한 배우들을 인터뷰할 때면, 결혼식 장면을 촬영할 때 얼마나 즐거웠는지가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그날그날 날씨의 변화에 따라 촬영 장면이 달라져, 일주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는 새벽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스탠바이 상태로 지냈던 1년 동안 그들은 서로를 동료가 아닌 친구로 부를 만큼이나 가까워져 있었다. <브레이킹 던 part2>의 개봉이 1년 뒤로 기약되어 있지만 더이상 촬영이 없어 만날 일이 없다는 사실이 서운해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이번 편부터는 원작 소설가인 스테파니 메이어가 제작자로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스테파니 메이어 역시 제작진과 함께 로케이션 장소에 머물며 스탭이나 배우들이 원작에 대해 질문할 때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등 요긴한 레퍼런스로서 활약했다는 후문이다.

1년간의 촬영기간 동안 끈끈해진 제작진과 출연진의 정만큼 두터웠던 한 가지는 팬과 출연진의 관계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출연진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팬들을 이야기할 때 “보답해야 할 존재”라고 말했다. 절대적으로 믿고 무조건적인 애정과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런 애정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벌써 4편째이니, 그저 인기 블록버스터를 필모그래피로 가진 것 이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2011년 11월6일은, 이제껏 만났던 어떤 영화의 출연진보다도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준 배우들을 만난 날이었다. 그중 로버트 패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테일러 로트너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