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피플] 오스카 형님, 반갑소
2012-03-05
글 : 이주현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얼굴들
크리스토퍼 플러머, 옥타비아 스펜서, 메릴 스트립, 장 뒤자르댕(왼쪽부터).

노장은 건재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열일곱번 후보로 오른 메릴 스트립이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생애 세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영화인들은 성실하고 치열하게 배우로서의 길을 다져온 그녀에게 기립박수를 보냈고, 메릴 스트립은 “미국인의 절반이 ‘아니, 또 그녀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머쓱해했다. <비기너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여든두살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플러머는 “오스카, 당신이 저보다 두살 더 많군요”라며 오스카와 함께 나이 먹어가고 있는 노배우로서의 뿌듯함을 전했다. 사회를 맡은 빌리 크리스털은 플러머의 수상 소식을 전한 뒤 “현재 아카데미 수상자의 평균 나이가 67살로 뛰어올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우주연상은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등을 제치고 <아티스트>의 장 뒤자르댕이 가져갔다. 프랑스 출신인 뒤자르댕은 “당신의 나라(미국)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한 뒤 아카데미상을 제정한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여우조연상은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도 “핫한 남자배우들과 함께 있게 해줘 감사하다”는 말로 말문을 열어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궜다.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26일(현지시각) 미국 LA코닥극장에서 진행됐다.

2012년 제84회 아카데미 수상자

작품상 <아티스트>
남우주연상 장 뒤자르댕 <아티스트>
여우주연상 메릴 스트립 <철의 여인>
남우조연상 크리스토퍼 플러머 <비기너스>
여우조연상 옥타비아 스펜서 <헬프>
감독상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아티스트>

각본상 우디 앨런 <미드나잇 인 파리>
각색상 알렉산더 페인, 냇 팩슨, 짐 래시 <디센던트>
촬영상 로버트 리처드슨 <휴고>
미술상 단테 페레티, 프란체스카 로 치아보 <휴고>
의상상 마크 브리지 <아티스트>
음향상 톰 플레이시먼, 존 미글리 <휴고>
음향편집상 필립 스탁턴, 유진 거티 <휴고>
편집상 커크 박스터, 앵거스 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시각효과상 롭 레가토, 조스 윌리엄스, 벤 그로스먼, 알렉스 헤닝 <휴고>
분장상 마크 콜리어, J. 로이 헬런드 <철의 여인>
주제가상 브렛 매켄지 <더 머펫>
음악상 루도빅 바우스 <아티스트>

외국어영화상 아쉬가르 파라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단편영화작품상 테리 조지, 올라 조지 <더 쇼어>
단편애니메이션상 윌리엄 조이스, 브랜든 올덴버그 <미스터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책 여행>
장편애니메이션상 고어 버빈스키 <랭고>
단편다큐멘터리상 다니엘 준지, 샤민 오베이드 시노이 <세이빙 페이스>
장편다큐멘터리상 다니엘 린제이, T. J. 마틴, 리치 미들마스 <언디피티드>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결국 <아티스트>가 일을 냈다. <아티스트>의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이 <휴고>의 마틴 스코시즈, <미드나잇 인 파리>의 우디 앨런, <트리 오브 라이프>의 테렌스 맬릭, <디센던트>의 알렉산더 페인을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경쟁 후보들을 보면 “지금 이 순간 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입니다”라는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수상소감이 공감이 되고도 남는다. 아자나비시우스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이후 6년만에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은 비 영미권 출신 감독이 되었다. <아티스트>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의상상, 음악상 등 5개 부문의 트로피를 쓸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어기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은 감독상 수상소감에서 고마운 사람의 목록을 열거했다. 그런 다음 “어기(Uggy)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 말을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어기는 <아티스트>의 그 유명한 연기견이다. 아카데미쪽은 어기를 위해 별도의 좌석까지 마련했으며, 어기는 그에 응답이라도 하듯 나비 넥타이를 매고 참석했다. 작품상 시상이 진행될 때는 제작진,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나가 박수를 받는 영예도 누렸다. 어기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친 개에게 주는 ‘팜 도그’(Palm Dog)상을 수상했고, 견공들의 아카데미를 표방하는 제1회 골든 칼라 어워즈에서 ‘톱 도그’상을 받았다.

마틴 스코시즈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아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스코시즈의 첫 3D영화 <휴고>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촬영상, 미술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아티스트>와 같은 5관왕. 하지만 주요 상이 <아티스트>에 돌아가면서 기술상 부문에서만 실적을 거둔 <휴고>는 조금 묻힌 느낌이다. 물론 시상대에 오른 <휴고>의 스탭들은 수상의 영광을 스코시즈와 함께했다. <휴고>의 촬영감독 로버트 리처드슨은 “마틴 스코시즈, 당신은 천재입니다”라는 말로, 미술감독 단테 페레티는 “이 환상적인 여행을 인도해준 마틴 스코시즈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감독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트로피와는 별개로, 그는 행복한 감독이다.

사진제공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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