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나쁜 슈퍼 히어로들의 박스오피스 습격 사건
2012-03-22
글 : 안현진 (LA 통신원)
LA 현지에서 만난 감독과 배우들

1200만달러짜리 저예산영화 <크로니클>은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6천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로튼토마토닷컴에서는 무려 86%의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감독과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도 강렬하다. <크로니클>의 감독과 배우들을 LA 현지 정킷으로 만났다.

“평범한 고등학생 같은 배우를 원했다”

감독 조시 트랭크 인터뷰

-<크로니클>은 독특한 영화다. 이 영화를 시장에 내놓는 데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
=여러 가지 자원을 활용했다. 나는 100% 인터넷 세대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인터넷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생활을 하지 않나? 나는 50% 정도 인터넷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터넷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싹틔우고 소문을 만드는지, 얼마나 빠르게 이야기를 실어나르는지, 그리고 그 여파에 대해 관찰하고 알고 있을 만큼 운이 좋았던 셈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한 가지 배운 것은 마케팅 시장이 인터넷으로 변화했다는 것이고, 인터넷이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제할 수 없다. 인터넷과 그 안에서 형성된 광장의 영향력이 그렇다는 말이다. <크로니클> 같은 장르는 인터넷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케팅을 해왔고, 실제로 <크로니클>도 그랬다. 포스터, 시놉시스, 트레일러를 차례로 공개하는 마케팅 과정에서 어떻게 이 도구를 이용해나가야 하는지 매일매일 새롭게 배웠다.

-인터넷 말고도 다른 마케팅 방식이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를 위한 마케팅 플레이스는 인터넷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스파크를 만들어내고 그다음에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게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 밖에서 홍보하는 것은 그다음이었다. 이십세기 폭스는 이 과정을 정말 놀랍도록 잘 이해하고 있었고, 훌륭하게 진행했다. 인터넷과 동시에 팬보이들이 잘 보지 않을 것 같은 스포츠 TV광고 스폿도 해 주 겨냥층이 아닌 다른 관객에게도 흥미를 끌어내도록 유도했다.

-캐스팅 과정을 이야기해줄 수 있나.
=각본가 맥스 랜디스의 시나리오가 가진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잘 알려진 얼굴을 캐스팅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을 원했다. 맥스는 각 역할에 대해 그림처럼 완벽한 이상형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중점을 두고 캐스팅을 진행했다. 제일 먼저 캐스팅이 이뤄진 역할은 앤드류다. 드라마 <인 트리트먼트>에서 데인 드한이 보여준 연기가 맘에 들어서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 데인은 우리가 생각한 앤드류에 꼭 맞았고, 그도 스크립트를 좋아했다. 그 다음 몇달 동안 1천명이 넘는 젊은 배우들을 오디션에 불렀고, 15명 정도로 좁힌 뒤에 짝을 바꾸어가며 제일 좋은 조합을 찾으려고 했다. 지금의 캐스팅이 한자리에 모였던 오디션 날, 이들이 가장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각자가 생생하고, 자연스러우며, 독특하기를 원했다.

-‘랜디스’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각본가인 맥스 랜디스는 <블루스 브러더스> <런던의 늑대인간>을 만든 영화감독 존 랜디스의 아들이다.-편집자) 모르겠다. (웃음) 존 랜디스는 짧게 몇번 만났을 뿐이다. 나는 LA에서 자랐다. 주변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누군가의 딸”이 나와 함께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맥스를 처음 봤을 때 그렇게 놀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 그룹 안에 들어가기에는 너무나 평범했다. 아버지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었고, 어머니는 교사였다. 다만 어머니가 일하는 베벌리힐스 고등학교에는 10대들이 연습해볼 수 있는 방송국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연줄을 모두 동원해서 나를 베벌리힐스의 고등학교에 입학시켰다. 물론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면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나는 방송국에 갈 수 있었고, 촬영하고 편집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맥스와 만났다. 그는 뚜렷한 성격을 가진 괴짜 아티스트였다. 우리는 방송국에서 어울렸다. 그는 매일 아이디어를 가져와 피칭했고, 나는 그에게 그 아이디어들이 다 쓸모없다고 말하는 악역을 떠맡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만났기 때문에 격의없이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사이가 됐다. 랜디스라는 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할리우드에는 맥스 랜디스 같은 사람이 도처에 있다. 우리 아버지는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오스카상도 받았지만 누구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산업에서 그런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은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부모가 아니라, 그런 부모를 둔 덕분에 어려서부터 특정한 문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산업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와 같은 문화를 말하는 거다. 위대한 아버지의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더 똑똑해야 한다.

데인 드한, 마이클 B. 조던, 알렉스 러셀(왼쪽부터).

“‘젊은 레오’라는 말, 듣기 좋다”

데인 드한(앤드류 역) 인터뷰
-신체적으로 열세인 앤드류가 초능력을 이용한 뒤 가장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 가장 똑똑하고 지성적이며, 그의 시간을 능력을 키우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의 내면에 분노가 가득하고, 다른 두 사람보다 극단적인 환경에 처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앤드류가 가장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나.
=거의 없다. 앤드류에 대해 이해한 것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그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카메라 뒤로 숨는다. 내가 앤드류와 소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그 나이를 경험했다는 것과 그가 카메라를 찾은 것처럼 나도 무대와 연기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됐나.
=물론이다. 나는 캐릭터와 내가 비슷한 점과 비슷하지 않은 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비슷하지 않은 캐릭터라고 해도 좀더 친숙해지려고 노력한다. 이를테면 캐릭터에게 일어나는 일이 실제로 내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젊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찬사에 익숙한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웃음) 레오는 정말 존경하는 배우다. 그리고 <토탈 이클립스>의 레오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당시의 그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제발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졸랐다”

알렉스 러셀(맷 역) 인터뷰
-<크로니클>에는 어떻게 참여했나? 스튜디오 영화는 처음인가.

=그렇다. 스튜디오 영화로도 처음이고, 이런 큰 스케일의 영화도 처음이다. 영화는 오디션 스케줄이 잡히기도 전에 스크립트가 먼저 내 손에 들어왔다. 25페이지쯤 읽었을 때 완전히 마음을 빼았겼다. 과장이 아니라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에이전트에 전화해서 제발 이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졸랐다. 오디션 과정은 길었다. 나는 기록을 세울 만큼 긴 시간 동안 오디션을 봤다.

-어렸을 때 초능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음… 어렸을 때 나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단순히 나는 능력이 아니라 천하무적의 무술 실력이 결합된 능력이었다. 훈련이나 연습 없이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능력을 갖고 싶었다. <매트릭스>의 트리니티가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올린 채 공중에 떠 있는 유명한 장면을 아나?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었는데, 트리니티 대신 내가 악당들과 대결하는 것만 다를 뿐 그 장면과 똑같았다. 왜냐고는 묻지 마라. (웃음)

-할리우드에는 성공한 호주 출신 배우들이 많다. 호주 출신이라는 것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그렇게 열심히 일한 선배들이 있다는 건 분명 내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끝까지 나를 도와줄 수는 없겠지만 호주 출신이라는 건 첫인상에서 어떤 주목을 끄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휴 잭맨, 샘 워싱턴처럼 액션 히어로가 되고 싶은가.
=호주 출신 배우들의 커리어를 따라가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더 크다. 장르나 박스오피스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

“갖고 싶은 초능력은 여자의 마음을 읽는 것”

마이클 B. 조던(스티브 역) 인터뷰
-연기를 시작한 지 오래된 걸로 안다.

=11살 때 시작했으니까, 십… 사년째다. 맙소사, 이렇게 오래됐나? 어렸을 때는 주로 TV시리즈에 출연했고, 운좋게 대부분이 시리즈로도 성공했다(조던은 <더 와이어>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트> <라이 투 미> 등에 출연했다.-편집자). 그리고 이제는 영화에 출연하려고 한다. 그러니 나름 나에게는 이 영화가 처음이나 다름없다. 같은 연기라고는 하지만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크로니클>은 감독 조시 트랭크의 데뷔작이다. 신인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재미있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조시는 27살인데, 내 또래의 감독과 일한 건 내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연출을 지시받는다기보다 공동으로 창작해가는 기분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거 말고 또 멋진 건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50, 60대 감독들과 이야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또래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다는 점에서 촬영이 즐거웠다.

-초능력을 한 가지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을 갖고 싶나.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여자들의 마음을 읽고 싶다.

-준비한 것처럼 빠른 대답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는 질문인가.
=(낄낄 웃으며) 이건 내가 아주 어려서부터 쭉 갖고 싶다고 생각해온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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