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델리] 빈민가의 기적
2012-03-21
글 : 신민하 (델리 통신원)
영화화되는 수학교사 아난드 쿠마르의 공부모임 ‘Super 30’
Super 30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아난드 쿠마르.

아난드 쿠마르라는 한 수학교사가 만든 공부모임 ‘Super 30’이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영화계가 화제다. Super 30은 현지 매체는 물론 <디스커버리> <NHK> <French 24> 등에 의해 이미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고, <타임>과 <뉴스위크> 등도 비중있게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영화로 제작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라인업으로는 <갱스터> <머더> <연> 등을 연출한 아누라그 바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페이지3>의 산지브 두타가 시나리오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주인공 역에는 현재 발리우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란비르 카푸르가 물망에 올라 있다. 그런데 Super 30이 정확하게 뭐냐고? 아난드 쿠마르와 Super 30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지난 2003년 인도공과대학(IIT) 입학시험 결과가 나온 직후다. 매년 30만명이 응시해 8500명 정도가 최종 합격하는 IIT 입학시험에서 Super 30 소속 학생 30명 중 18명이 합격했다. 더욱 화제가 됐던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빈곤선 이하의 가정 출신이었고 일부는 불가촉천민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들은 케임브리지대학 석사과정 입학 허가를 받고도 가정 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던 아난드 쿠마르가 사설 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일해 번 돈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 30명을 무료 지원해 IIT에 대거 입학시킨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었다.

하지만 Super 30의 극적인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첫해의 성공이 인도 전역의 관심과 도움을 끌어내는 동안 시기와 모함 역시 함께 찾아왔다. 비하르주의 상당수 학원들이 지역 폭력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탓에 감옥에서까지 협박 전화가 걸려왔고, 모임 운영을 돕던 사람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까지 일어나며 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하러 다니기 바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Super 30을 찾아오는 빈곤층 학생들의 수는 늘어났고 기적은 이어졌다. 이듬해인 2004년 합격자가 22명으로 늘어나더니, 2005년 26명, 2006년 28명에 이어 2008년부터 이후 3년간은 30명 전원이 IIT에 합격했다(지난 9년간 Super 30에서 공부한 빈곤층 학생 270명 중 236명이 IIT에 합격했다).

사실 아난드 쿠마르가 영화 관계자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지난 2010년 <타이타닉> <아바타> 등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Super 30의 성공 비결을 강연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영화 <아락샨>에서 학교 교장으로 출연한 아미타브 바흐찬이 아난드 쿠마르를 교육자의 모델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Super 30의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아난드 쿠마르가 상업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주저하면서 지난 수년간 인도영화 관계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소재로 남아 있었다.

현재 아누라그 바수 감독과 산지브 두타 작가가 수시로 비하르주의 주도 파트나를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조만간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편의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아난드 쿠마르의 삶이 실제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인도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나도 돈 때문에 꿈을 접은 적 있다”

Super 30 설립자 아난드 쿠마르 인터뷰

-Super 30을 만든 배경이 뭔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작은 보습학원을 차렸다. 어느 날 아버지가 감자 수확을 끝내면 학원비를 낼 수 있으니 받아달라는 소년이 찾아왔다. 주민 절반이 빈곤선 이하에 사는 비하르에서 흔한 일이었지만 나 역시 돈 때문에 꿈을 접은 적이 있기에 빈곤층 학생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Super 30을 만들었다.

-Super 30의 공부 방법에 특별한 비법이 있나.
=IIT 입학시험까지 100번의 실전 모의고사를 본다. 어찌보면 학생들에게 가혹하기 그지없는 교육방식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Super 30에서 배출한 학생들이 유럽이나 미국에도 많이 나가 있다. 그들이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와 예전의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능은 있지만 10학년이 되기도 전에 동네 야채상 심부름꾼으로 팔려가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기회가 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저학년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