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로스티드>
넷플릭스 | 감독 제리 사인펠드 / 출연 제리 사인펠드, 멜리사 매카시, 짐 개피건, 휴 그랜트, 레이철 해리스 / 공개 5월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달 착륙이 뭐가 중요해, 설탕의 침공이 시작됐어!
1960년대 미시간주는 시리얼의 두 거물 기업 ‘켈로그’와 ‘포스트’의 경쟁이 한창이다. 과일 필링이 함유된 포스트의 신제품 출시 소식으로 우열을 가릴 수 없던 아침 식사의 판도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 망할 수는 없다! 위기감을 느낀 켈로그사의 밥(제리 사인펠드)은 ‘먹거리 어벤저스’를 소집해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 설탕 전쟁은 이내 달 착륙과 대통령 암살, 냉전 구도를 아우르며 미국 현대사의 전방위로 확장된다. 달콤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는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웡카>를 닮았다. 하지만 <바비>와 마찬가지로 모든 배후에 놓인 자본주의 질서를 간과 하지 않는다. <웡카>에 이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휴 그랜트의 살신성인 연기도 영화를 즐기는 데 한몫한다.
<더 베일>
디즈니+ | 6부작 / 연출 데이나 레이드, 데이먼 토머스 / 출연 엘리자베스 모스, 윰나 마르완, 조시 찰스, 달리 벤살라, 엘릭 세커리아누 / 공개 4월3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동상이몽
한 여자가 있다. 올 블랙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이머전(엘리자베스 모스)은 국가의 명령을 냉철하게 완수한다.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식량을 배급하던 아딜라(윰나 마르완)는 IS 고위직이라는 누명을 쓰고 공개 처형될 위기에 놓인다. 정부의 명령을 받은 이머전이 아딜라의 목숨을 구하며 두 사람의 위험한 동행이 시작된다. 도통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 탄 자동차는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가정사와 인생관을 조금씩 공유하며 얼어붙은 분위기는 차츰 풀리지만 <더 베일>은 여전히 의문대명사 ‘who’를 반복하며 인물들의 정체를 유보한다. 국제 분쟁을 배경으로 난무하는 속임수와 그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박찬욱 감독의 시리즈물 <리틀 드러머 걸>을 연상시킨다. 극을 이끄는 진실게임만큼이나 선악을 단정 짓지 않고 시리아 난민을 과감히 묘사하는 방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