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명가(名家)라 불려온 명필름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름만큼이나 어딘가 밝고 명쾌해 보인다. 언제나 꾸준히 그리고 강하게 움직여온 제작사로서, MK픽처스라는 이름을 거쳐 지난 2007년 다시 ‘명필름’으로 통합한 이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시작으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각인시켜왔다. 명필름표 멜로드라마를 향한 뚝심을 보여준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아름다운 도전이라 부를 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거쳐, 현재 250만 관객을 돌파한 <건축학개론>에 이어 5월10일에는 투자, 배급, 마케팅을 맡은 <두레소리>가 개봉한다. 제작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맡았던 <부러진 화살>의 놀라운 성공도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정말 숨가쁜 지난 1년이었다. 1995년 명필름을 설립하고 언제나 함께해온 이은, 심재명 대표를 함께 만났다.
<건축학개론>은 ‘찌질한’ 남자의 옛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과 무척 닮았다. 공교롭게도 <씨네21>에 실린 두 감독의 인터뷰를 읽었더니 뽑아놓은 제목도 비슷하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의 기사는 “스무살의 나에 대한 반성문”,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의 기사는 “지난날의 과오를 영화를 통해 고백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건축학개론>은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라는 하나의 곡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꽉 잡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가 중심에 놓였던, 명필름이라는 이름을 굳건히 해준 그 시작과도 같았던 영화 <접속>(1997)과도 닮았다. 어쩌면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건축학개론>의 후일담 같은 영화가 이미 15년 전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학개론>의 이야기가 96학번들의 시간과 겹친다면 그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접속>이다.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눈 내리던 그 한옥집에서 기적적인 재회를 했다면 아마 그들은 그해 함께 <접속>을 보러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제작사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그려지는 그 묘한 순환에 흥미를 느끼며 대뜸 그들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일관되게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멜로드라마의 이야기나 정서들이 혹시 당신들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고. 심재명 대표의 웃음이 터졌다. “하하,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캐릭터들, 어딘가 주저하는 사람들의 그런 내밀한 멜로드라마를 선호한다. 이 사람(이은)은 네번 만나고 바로 결혼하자고 한 사람이라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웃음) 이상하게 장르를 떠나서 마초적인 캐릭터에는 전혀 끌리지 않는다. 함께 작업한 감독들도 그렇다. 임순례 감독님도 상당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지만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도 하나같이 그렇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같은 영화는 당시 우리 명필름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였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에서도 그런 묘한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