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클래스는 영원하다
2012-04-26
글 : 주성철
사진 : 백종헌
17년간 이어진 영화 명가 명필름 이은, 심재명 대표 인터뷰

웰메이드 명가(名家)라 불려온 명필름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름만큼이나 어딘가 밝고 명쾌해 보인다. 언제나 꾸준히 그리고 강하게 움직여온 제작사로서, MK픽처스라는 이름을 거쳐 지난 2007년 다시 ‘명필름’으로 통합한 이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시작으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각인시켜왔다. 명필름표 멜로드라마를 향한 뚝심을 보여준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아름다운 도전이라 부를 만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거쳐, 현재 250만 관객을 돌파한 <건축학개론>에 이어 5월10일에는 투자, 배급, 마케팅을 맡은 <두레소리>가 개봉한다. 제작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맡았던 <부러진 화살>의 놀라운 성공도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정말 숨가쁜 지난 1년이었다. 1995년 명필름을 설립하고 언제나 함께해온 이은, 심재명 대표를 함께 만났다.

<건축학개론>은 ‘찌질한’ 남자의 옛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과 무척 닮았다. 공교롭게도 <씨네21>에 실린 두 감독의 인터뷰를 읽었더니 뽑아놓은 제목도 비슷하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의 기사는 “스무살의 나에 대한 반성문”,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의 기사는 “지난날의 과오를 영화를 통해 고백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건축학개론>은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라는 하나의 곡이 영화 전체의 정서를 꽉 잡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가 중심에 놓였던, 명필름이라는 이름을 굳건히 해준 그 시작과도 같았던 영화 <접속>(1997)과도 닮았다. 어쩌면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건축학개론>의 후일담 같은 영화가 이미 15년 전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학개론>의 이야기가 96학번들의 시간과 겹친다면 그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접속>이다.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눈 내리던 그 한옥집에서 기적적인 재회를 했다면 아마 그들은 그해 함께 <접속>을 보러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제작사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그려지는 그 묘한 순환에 흥미를 느끼며 대뜸 그들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일관되게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멜로드라마의 이야기나 정서들이 혹시 당신들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고. 심재명 대표의 웃음이 터졌다. “하하,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성적인 캐릭터들, 어딘가 주저하는 사람들의 그런 내밀한 멜로드라마를 선호한다. 이 사람(이은)은 네번 만나고 바로 결혼하자고 한 사람이라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웃음) 이상하게 장르를 떠나서 마초적인 캐릭터에는 전혀 끌리지 않는다. 함께 작업한 감독들도 그렇다. 임순례 감독님도 상당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지만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도 하나같이 그렇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같은 영화는 당시 우리 명필름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 영화였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에서도 그런 묘한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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