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우수상 우혜경의 작품비평 요약문
2012-06-14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휴고>,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또 하나의 영화사
<휴고>

1895년 12월27일, 첫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은 ‘기차’를 영화의 도착에 대한 상징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휴고>의 첫 장면에서 기차역으로 들어온 카메라는 도착한 기차(혹은 도착한 영화)에서 멈추지 않고 더 밀고 들어가 역 안의 시계, 그 안에서 태엽을 감으며 살고 있는 휴고라는 소년의 눈에서 멈춘다. 휴고의 눈앞에 펼쳐지는 뤼미에르 영화 속 세상.

뤼미에르의 기차역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휴고가 멜리에스를 따라 기차역 바깥으로 나서기 시작할 때부터다. 아버지가 남겨준 노트를 돌려받기 위해 멜리에스를 쫓아가던 휴고는 그가 기차역 문 밖으로 나가버리자 그 앞에서 망설인다. 하지만 뤼미에르 바깥세상의 경이를 만나기 위해 휴고는 용기를 내야 한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 찬 도서관, 황홀한 상상을 숨겨놓은 멜리에스의 상자, 그리고 새로운 친구 이자벨이 들려주는 꿈같은 모험의 세계. 영화사의 또 다른 가능성.

이 영화에는 휴고가 꾸는 이상한 꿈장면이 있다. 2차원의 프레임을 찢고 3D시대에 다시 도착한 기차. 이어지는 꿈속에 있는 소년은 창자가 시계 속 부품으로 변하고 자기의 몸이 자동기계처럼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다. 마틴 스코시즈는 영화의 역사가 오작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어떻게 자동기계에 따뜻한 마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어쩌면 <휴고>는 피노키오 이야기의 영화사적 변주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휴고>가 3D효과를 과시하는 영화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틴 스코시즈는 그 효과의 너머에 대해서 호소한다. 영화는 역에 도착하는 기차의 놀라움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지금 우리는 멜리에스의 도움이 필요하다.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영화가 마법이라는 믿음. 자동기계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든 것이 ‘하트 모양’의 태엽장치라는 것을 놓치면 안된다. 스크린을 움직이는 것은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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