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다양한 경험,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2012-07-26
글 : 김성훈
충무로가 보는 아이돌의 영화 진출
<건축학개론>

100번의 보도자료보다 한장의 아이돌 ‘셀카’ 사진이 영화를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러진 화살> 개봉 직전이었던 지난 1월, 영화의 제작사인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수지의 인기를 온몸으로 실감했다. 당시 <건축학개론>을 촬영하고 있던 수지가 영화의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뒤 안성기와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수지의 팔로어들은 이 사진을 줄기차게 리트윗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그것을 메인 뉴스로 장식했다. 심 대표는 “수지의 인지도가 또래 배우에 비해 높을 줄 알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규모와 차원이 달랐다. 이미지와 여러 조건이 맞다면 다음 영화에서도 아이돌 캐스팅을 적극 고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을 주는 아이돌의 인지도는 당연히 충무로의 제작자와 투자자에게 중요한 캐스팅 고려 변수 중 하나다. 그러나 2012년 현재 충무로가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그들의 유명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충무로의 제작자와 투자자들은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이유로 “또래 배우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연기력”을 꼽기도 한다. 곧 크랭크인하는 <동창생>을 제작하는 (주)더램프 박은경 대표는 빅뱅의 탑, 아니 최승현을 캐스팅했다. 박 대표는 말한다. “드라마 <아이리스>, 영화 <포화속으로>를 통해 연기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 무엇보다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 배우, 그러니까 한두 작품 출연한 배우에 비해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능력이나 집중력이 훨씬 뛰어나다.”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을 한·중 합작 프로젝트 <묵공>에 캐스팅한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는 ‘특유의 현장 적응력’을 아이돌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친분이 있는 이수만 대표에게 SM에서 연기 트레이닝의 성과가 가장 좋고, 연기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최시원을 추천받았다”며 “현장 적응력이 너무 좋았다. 매컷 연결동작을 잘 기억하고, 따라했다.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연기력이 좋아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와 노래를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흔적이 보였다. 비슷한 개런티라면 실력을 갖춘 유명한 아이돌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포화속으로>

인지도, 연기력 등 다양한 장점을 갖췄음에도 배우로서 아이돌의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아이돌 특유의 빡빡한 스케줄 탓이다.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에서 티아라의 은정과 함께 작업한 김곡 감독은 털어놓는다. “아이돌의 시간표는 몇분 단위로 짜여 있다. 그러다보니 스케줄 조정이 무척 힘들었다. 조감독과 제작실장으로 구성된 은정 전담 마크맨도 있었고.” 그럼에도 박은경 대표는 “연기를 하는 아이돌이 많아지면서 소속사가 영화 스케줄을 이해하게 됐다. 최승현의 경우, YG가 영화 일정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는 편”이라고 아이돌 기획사의 영화 제작 일정에 대한 인식 변화를 전한다. 연기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몇몇 아이돌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연기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돌이 훨씬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연기라는 게 남들보다 일찍 배웠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보다 많은 경험을 통해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는 게 연기인데, 방송국과 집 그리고 소속사 위주로 움직이는 아이돌이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충무로가 배우로서의 아이돌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 이한승 부장은 “과거에 아이돌이 출연하면 외도처럼 보였는데, 최근 들어 아이돌과 배우의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며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포화속으로>(최승현), <Mr. 아이돌>(박재범), <자칼이 온다>(JYJ 김재중) 등 아이돌 출연 영화를 제작, 투자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진성 과장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아이돌 출연만으로 관객의 티켓 구매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요즘 연기로 인정받는 아이돌은 기존의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아이돌이 신선한 캐스팅 카드가 될지는 아이돌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진중한 고민과 연기할 때만큼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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